[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그래서 누구의 집인가

[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그래서 누구의 집인가
  • 입력 : 2021. 04.07(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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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륜주는 선인장이다. 방사형으로 길어진 기둥에 날선 가시가 박혀 있어 도깨비방망이 같다. 까딱하면 찔린다. 멋있지만 무시무시하고 조심스럽다. 이런 무륜주 옆에 괭이밥이 자란다. 햇빛 잘 드는 창가에 겨우내 이 둘이 딱 자리 잡았다. 하늘로 크는 무륜주와 땅으로 뻗는 괭이밥이 주인인 듯 나그네인 듯 동거 중이다. 무륜주는 기골 장대한 장수와도 같은데, 괭이밥은 길게 늘어진 가느다란 줄기에 마디마다 하늘거리는 진자주색 겹잎이 흐드러지고 잎겨드랑이에 피어난 노란 꽃이 햇병아리처럼 귀엽다. 전혀 다른 느낌으로 한 그릇 안에서 묘하게 조화롭다. 사실 괭이밥은 골칫거리다. 내 집, 네 집 따지지 않는다. 대개는 더부살이지만 어디에서든 잘 자란다. 너무 잘 자라 탈이다. 흙만 닿으면 뿌리를 내고 여문 씨는 멀리 높게 튀어 오른다. 애써 심지 않아도 아주 흔해서, 버젓이 들어앉은 걸 뽑느라 애쓴다. 누구의 집인가, 이제와 보니 공동분양이다. '셰어하우스'인 셈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괭이밥 씨를 묻고 무륜주도 심은 모양이다. 그냥 두기로 한다. 무륜주의 장엄함과 괭이밥의 암팡짐을 똑같이 격려하면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온 나라가 땅땅, 집집 난리다. 오늘 투표일인 재보선의 선거전은 가히 부동산전(戰)이라 하겠다. 안타깝지만 정부의 정책은 아직 실패인 듯하고,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와 후보들의 부동산에 대한 무성한 이야기들로 난타전이다. 정부에 투기수요근절과 집값 안정화 의지는 있는가. 집이 주거보다는 재산으로, 다시 삶의 가치로 치환되기도 하는 세상이니 투기가 재테크인 이들에게는 먼 산 뜬구름이다. 제아무리 좋은 정책도 맥이 풀린다. 공직자윤리법도 있지만 코 풀린 성긴 그물을 치고 있는 꼴이라 씁쓸하다. 토지는 공공재라는 말도 박제된 수사인 듯 공허하다.

우리의 욕망은 얼마큼이면 정의롭고 염치 있나. 욕망에 정의로움은 없다. 준법하는 욕망과 탈법, 위법하는 욕망이 있을 뿐이다. 좀 덜한 욕망과 심하게 더한 욕망의 차이는 무엇일까. 투기에 염치는 없다. 어법상 '염치불고하고'가 맞다하지만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 이니 '불구하고'가 세태에 맞아 보인다. 투기는 염치불구하고 철면피하다.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사적인 이해관계에 얽혀 공정함이 저해될 우려가 있을 때 필요한 법이다. 공익을 추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무시하고 업무상의 비밀을 이용해 공직자 자신이나 가족이 인허가, 계약, 채용 등의 과정에서 이익을 보지 못하도록 한다. 이해충돌에 맞닥뜨렸을 때 눈감고 내 이익을 좇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볼 일이다. 녹을 먹는 공직에 있다면. 그래서 한때라도 명예롭다면.

이 정부의 첫 마음 그대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가. 높아진 기대치와 더 엄격해진 잣대를 억울해 마시라. 실망을 더해 다소 냉소적이지만 그래도 애정하며 응원하려 한다. 마음을 다해 경계하고 바짝 개혁해 나아가길. 아주 조금씩이라도, 세상은 더 나은 쪽으로 한 발 다가가고 있는 것일 테니. <김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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