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화에 여성시대 출현 값진 역사 담겨"

"제주신화에 여성시대 출현 값진 역사 담겨"
양영수 제주대 명예교수 '제주신화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 연구'서 제기
그리스신화와 비교… "신화 속 여성 휴머니즘적 페미니스트 현재적 의미"
  • 입력 : 2021. 02.02(화) 18:57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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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화의 특징인 '휴머니즘적인 페미니스트'의 출현이 우리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제주대 인문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인 양영수 제주대 명예교수가 최근 제주학연구센터 지원을 받아 수행한 '제주신화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 연구-그리스신화의 경우와 비교하여' 주제 연구에서 밝힌 내용이다.

영문학 전공자로 앞서 제주도 신화를 중심으로 '한국 신화와 그리스 신화의 비교연구' 학술 논문 등을 발표했던 양 교수는 이번에 제주신화를 모티브로 활용한 문예창작 사례들을 들여다보고 창작 활성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신화와 그리스신화의 서사구조 비교, 문예창작 모티브가 된 영문학 작품 등을 살폈다.

양 교수는 이 연구에서 고도의 과학기술 시대에 문화유산인 제주신화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인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일반 대중의 신화인식 수준 고양"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제주신화 인식을 심화하고 확산시키는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제주어 부활운동'과 보조를 맞춘 '제주신화 친숙화 운동'을 제시했다. 그리스 아테네처럼 거리 명칭, 간판, 관광코스 안내 홍보물에 제주어가 맛깔스럽게 사용되는 제주신화를 소개하자고 제언했다.

신화 해석에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그리스신화의 생성과 발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신화 작가 호머의 사례를 들며 "중요한 것은 어느 쪽 신화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느냐 하는 것이지 어느 쪽이 더 순수한 신화이냐 하는 문제는 부차적"이라고 했다.

제주신화의 태생적 한계인 '닫힌 서사구조'를 벗어나 '중층적 서사구조'의 역동성을 구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제주신화에서 닫힌 서사구조와 열린 서사구조의 중층적 구성을 보이는 이야기로 천지왕본풀이에 나오는 형제 간 다툼, 삼공본풀이의 가믄장아기 등을 지목하며 "공동체가 요구하는 인간의 도리와 자신의 개성적인 욕구를 모두 아우르는 중층적인 서사구조는 진실되면서도 효과적인 스토리텔링 구성의 원리를 충족시킨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특히 제주신화에 담겨진 지역적 역사성이 현재적 의미를 갖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남성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으면서 존엄하고 당당한 사랑의 기회를 찾는 제주신화 속의 여성들이 우리 앞날을 비출 수 있다는 그는 토산리 일뤳당 본풀이, 김녕 궤내깃당 본풀이, 서귀포 본향당 본풀이 등에 그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세계역사상 여성시대의 출현을 여타 지역보다 앞서 거쳤고 그런 값진 역사를 신화 이야기 속에서 아름답게 재현한 지역이 바로 제주도"라는 양 교수는 "제주신화 속 여성들은 현대적인 페미니스트이면서도 사랑과 행복의 기회를 다른 여성과 공유하는 따뜻한 휴머니스트의 면모도 보여준다"며 "바로 이 점이 제주신화가 세계사적인 남녀 간 상생시대의 출현에 기여할 수 있는 바탕"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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