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의 문화광장] 문상길 중위와 탁성록 대위

[홍정호의 문화광장] 문상길 중위와 탁성록 대위
  • 입력 : 2021. 01.26(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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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세계 평화의 섬은 형용모순(Oxymoron)이다. 제주4·3을 해결하지 않는 한.

형용모순의 어원은 라틴 그리스어 oxy+morum이며 '똑똑한 바보'라는 뜻이다. 예술에서 이 형용모순은 상상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예술의 세계가 아닌, 제주 현실에 놓인 형용모순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법정의 최종 목적은 정의 구현이다.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 Lady Justice 또는 Justitia로 불린다.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을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눈을 뜨고 정의를 바라보는 여신상이다. 저울은 죄와 벌에 대한 균형이다. 칼은 신속하고 최종적이라는 권위를 상징한다. 대한민국 대법원은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다. 법은 우리 사회의 평등과 공정성 그리고 정의에 관한 약속이다.

Articles for the Government of Korean Constabulary 미군정장관 딘 소장이 공포한 미군정법률 제0호, 1948년 7월 5일 제정, 1948년 8월 4일 시행된 국방경비법이 있다. 법령호수가 없는 법령이며 관보로 공포되지 못한 법령이지만 실행된 군형법이다. 1948년 8월 9일에 고등군법회의는 이 국방경비법에 근거를 두고 열렸다. 박진경 11연대장 암살 사건의 군법회의이다. 8월 15일 육사3기 23세 문상길 중위와 23세 손선호 하사는 자신이 저지른 일은 30만 도민을 위한 길이었음을 명백하고 당당하게 밝혔다. 이들은 군법회의에서 총살형을 받아 경기도 수색에서 9월 23일 집행됐다. 문 중위와 손 하사는 생명이 꺼지는 순간에도 제주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다.

이에 앞서 국방경비법 시행 하루 전인 8월 3일 오후 3시 통위부장이 승인한 장소에서 제9연대장과 2명의 미국장교 그리고 제주 신문기자단 등 입회하에, 경찰서 습격과 살인 방화 등 범죄사실로 준전시 군법회의에 의해 하사 강운성·이영배, 이등병 도인송의 총살이 집행됐다. 이후 제주에서 일어나는 학살의 정당성은 국방경비법에 의해 집행된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흑백논리로 수 많은 민초들의 생명을 앗아간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손가락질 하나에 즉결총살이 자행되었던 시기이다. 무슨 이유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산지 앞바다에 수장시켰을까?

국가의 명령으로 30만 제주민을 초토화 작전으로 토벌하는 박진경 연대장을 막아서고자 그를 암살한 문상길 대위는 반역자입니까? 제주민을 토벌대로 간주한 미군정의 명령을 받들어 제주민을 유린하고 학살한 탁성록 대위는 대한민국 군인의 초상입니까?

탁성록은 경남 진주가 고향이다. 조선해안경비대 군악대 창설에 참여, 이후 군악대장으로 승진, 제주 제9연대 정보참모로 제주에 왔다. 명령에 따라 주저함 없이 학살에 앞장섰던 사람이다. 6·25전쟁 직후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 77명의 진주 국민보도연맹원을 예비검속 후 즉결 처형했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노래가 있다. 부평초(본명:조영출) 작사 탁성록 작곡의 '제주도 아가씨'가 그 노래이다. '동백꽃 피는 달빛에 잠든 섬 물결에 자라난 제주도 아가씨들~'를 부르며 그는 제주의 소녀를 유린했다. 토산리 꿈 많은 소녀와 청년이 쓰러진 아름다운 표선 백사장 학살터는 지금도 형용 모순(Oxymoron)이다.

<홍정호 한국관악협회 제주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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