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ED 지상전] (6)유창훈의 ‘바농오름에서’

[갤러리 ED 지상전] (6)유창훈의 ‘바농오름에서’
바람의 붓질에 오름에서 본 한라산
  • 입력 : 2021. 01.06(수)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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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로 145㎝, 세로 22㎝에 이르는 두 작품을 두고 "어쩌면 바람이 그린 그림일지 모른다"고 했다. 현장 사생이 바탕이 되어 화선지에 수묵담채로 표현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한라일보 1층 갤러리 이디에서 새해 첫 전시로 마련한 제주 중견 작가 11인 초대전에 참여한 유창훈 작가다.

전업작가인 유창훈 작가는 2019년 10월 '제주 기행 화첩전'을 열었다. 10년 정도 제주 바다를 담아오던 그가 한라산과 오름을 두 발로 누빈 여정을 펼쳐놓은 자리였다. 개인전의 제목처럼 그는 실제 화첩을 들고 길을 나섰고, 눈에 넣은 초록의 장면들이 잊히기 전에 곧바로 화구를 꺼내 먹으로 그렸다. 카메라나 휴대전화에 저장한 이미지가 아니라 짧은 시간이나마 제주 자연 안에서 종이와 먹 등을 이용해 완성시키려 했다.

제주 바람에 퍼덕이는 얇은 종이를 부여잡고 작업하는 건 간단치 않았다. 돌멩이로 귀퉁이를 누르거나 동행한 이가 한지를 붙잡아주는 방식으로 붓질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종이를 둘둘 말아가며 그날 그곳에서 얻은 감흥을 그려 나갔다.

갤러리 이디엔 '바농오름에서', '한라산-안세미오름에서'가 걸렸다. 이 역시 어느 계절 그 오름에서 사생으로 탄생시켰다. 이 땅의 오름과 한라산은 크고 넓었다. 작가가 파노라마 화면 안에 전방위의 풍경을 담은 이유다.

그동안 그는 제주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바지런히 오름을 찾아다녔는데, 작가의 시선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한라산이다. 바농오름에서 바라본 한라산, 안세미오름에서 우러른 한라산이 거기에 있다.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흐린 날엔 짝사랑하는 상대가 나타나지 않은 것처럼 아쉬움이 컸다. 오름 너머로 자태를 드러내는 한라산은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때로는 한라산으로 걸음을 옮겨 영산이 주는 기운을 수묵의 화면으로 빚어냈다.

현재 제주미술협회장을 맡고 있는 유 작가는 제주대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지금까지 아홉 차례 개인전을 치렀다. 제주미술연구회 300호 기획전, 제주세계유산센터 7인 초대전 등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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