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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반동에 저항하며 좌우 극단주의 맞서다
제러미 애덜먼의 '앨버트 허시먼'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1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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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20세기 경제사상가
남미 등 경제개발 현장 연구

그가 싸우고 발언하고 글을 쓰며 옹호하고자 했던 것은 인간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었다. 당대의 사회과학에서 정설이 무엇이건 그것을 의심하고 문제제기를 망설이지 않았던 앨버트 허시먼(1915~2012). 독창적인 관점으로 제3세계 경제발전 현장을 연구한 개발경제학자이자 유토피아를 향한 거대 기획에 회의를 품었던 경제사상가였다. 프린스턴대학교 역사학 교수인 제러미 애덜먼이 쓴 '앨버트 허시먼'은 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담고 있다.

허시먼은 베를린에서 태어나 바이마르 시대의 희망과 불안 속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사회민주당 청년조직에서 활동하며 베를린대학에 입학했으나 나치의 집권으로 유태인 탄압이 본격화되던 1933년 독일을 탈출했고 그 후 행로는 프랑스, 영국, 미국으로 이어진다. 대공황과 파시즘, 혁명과 전쟁, 경제개발과 독재 등 20세기를 특징짓는 격동의 현장을 온몸으로 겪은 그의 삶은 '돌풍 속으로 계속해서 배를 몰아가는 뱃사람의 여정'이었다.

세계은행이 파견하는 콜롬비아 정부의 경제자문관을 맡아 라틴아메리카 경제개발 현장과 인연을 맺었던 허시먼은 현지인들을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여느 '외국인 전문가'와는 달랐다. 그는 경제개발이 외부에서 부과되거나 도입되는 것도 아니고, 구세주가 나타나 특별하고 신비로운 힘을 내놓음으로써 이루어주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개혁의 과정에 현지인들과의 불안정한 연합, 현지인들이 알고 있는 기민하고 복잡한 전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1980년대는 남미 국가들에서 전근대의 제약이 깨지고 공산주의 국가들에서는 이념의 도그마가 무너지면서 자본주의가 승리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사도들은 사회를 조금이라도 덜 야만적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정작 귀를 닫고 있었다. 허시먼은 자신에게도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집단들이 열린 대화를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야말로 한 사회의 민주적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라 여겼다. 특히 미국에서 공공 담론의 격이 심각하게 퇴락하는 것에 분노했다. 극단주의에 맞서 실현가능한 개혁을 추구했던 허시먼은 마지막 저서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에서 좌우파를 막론하고 개혁이라는 개념에 부정적으로 반작용하는 모든 입장을 '반동'으로 표현했다. 김승진씨가 약 1300쪽에 이르는 우리말 번역을 맡았다. 부키. 5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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