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형행불인도 ‘명예회복 길’ 열렸다

[사설] 수형행불인도 ‘명예회복 길’ 열렸다
  • 입력 : 2020. 12.02(수) 00:00
  • 편집부 기자 hl@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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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행방불명된 피해자들도 법원의 재심 결정으로 ‘명예회복’에 나서게 됐습니다. 작년 재심청구 이후 첫 결정으로 늦었지만 환영할 입니다. 그간 4·3 수형 생존인들은 재심청구로 무죄를 선고받기까지 했으나 수형 행불인들의 경우 법적으로 사망여부 입증이 어려워 재심을 결정 못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재심청구는 유죄 선고 후 형이 확정된 자와 유죄판결 받아 사망시 배우자 형제자매 등이 할 수 있지만 수형 행불인의 경우 사망 사실 입증 불가에다 유족측은 재심 제기 자격이 없습니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달 30일 4·3 당시 내란 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옥살이를 한 뒤 행방불명된 유족 10명이 제기한 재심청구를 처음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재심청구 대상 10명 모두 살아있다 가정하면 최소 86세 이상에 달해 당시 평균수명 등을 감안할 때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상식적이고 전향적인 판단입니다.

작년 1월 수형 생존자 18명이 70여년만에 재심청구로 무죄를 받은데 이어 수형행불인들도 재심을 통한 명예회복의 길을 밟게 된 것입니다. 수형 행불인들은 4·3 당시 군·경 토벌을 피해 피신했다가 붙잡힌 뒤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전국 형무소에 분산 수감돼 수형생활을 하다 병들어 사망하거나 한국전쟁 발발 직후 집단학살된 2530명입니다. 이번 재심 결정은 재심청구 수형행불인 349명중 처음 청구한 10명이 대상입니다. 향후 대상을 넗혀 수형행불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재심 개시 결정도 조기 이뤄져야 합니다. 70여년 세월동안 대부분 유족들이 고령으로 병들고 쇠약해져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유족들이 살아있는 동안 한을 풀고, 명예를 되찾을 수 있도록 재심절차의 빠른 진행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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