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든 이웃 제압 숨지게 한 70대 무죄 선고

흉기 든 이웃 제압 숨지게 한 70대 무죄 선고
제주법원 "자신의 신체 침해행위에 대한 최소한 방어" 정당방위 인정
  • 입력 : 2020. 10.27(화) 14:19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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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로 자신을 위협하는 남성을 제압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70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폭행치사와 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7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4일 오전 2시 26분쯤 서귀포시 소재 자신의 집에서 고스톱을 치다 돈을 잃은 피해자 B(76)씨가 격분해 집에서 흉기를 들고 와 위협하며 복부에 들이대자 아내의 도움을 받아 제압해 바닥에 넘어뜨리고 112에 신고후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10분동안 B씨의 목 부위를 무릎으로 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식을 잃은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전 4시 46분 경부 압박으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했다.

 A씨는 재판에서 "부당한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한 행동이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또 수사기관에서는 "경찰이 올 때까지 반항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피해자의 목을 누르면서 저항하는 힘이 없어진다는 느낌은 들었으나 다시 반항할 것 같아 계속 누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제압한 상태에서 2차례에 걸쳐 '빨리 와달라'고 112에 신고하고, B씨가 제압당한 뒤에도 '죽이겠다'며 몸부림을 치는 상태에서 자신과 함께 있던 아내에 대한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행위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로 판단했다. 또 B씨가 평소에도 과격해 교도소 수용 전력 등 수십년동안 24차례의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고스톱 판돈은 각자 5만원 정도로 크게 돈을 잃거나 딴 사람이 없고, 서로 친밀하게 지내던 마을주민들이 시간을 보내거나 친분교류의 목적으로 이뤄진 일시적인 오락 정도에 불과해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목을 눌러 제압한 피고인의 방위행위는 자신과 아내를 보호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폭행의 고의나 치사의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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