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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행불인 유족 "공항 근처서 총소리가 다다다…"
법원, 유족 40명 대상 재심 청구 사건 심문 진행
공항서 유해 찾은 희생자 가족 2명 법정 출석 진술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0. 10.19. 12: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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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2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희생자 유해발굴 신원확인 보고회. 이날 안치된 유해 중에는 제주공항에서 총살된 故 문기호씨의 유해도 있다. 한라일보 자료사진

"(마지막 면회에서) 오빠가 목포형무소로 가 6개월만 살다 오겠다고 말해 (이송되는 날에 맞춰) 제주경찰서에 갔더니 오빠는 없고 유치장 문이 활짝 열려 있었어요. 밖으로 나와보니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린 장정들이 트럭 수대에 실려 어디론가 가고 있었어요. 경찰관에게 물어보니 트럭이 제주공항으로 갈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어머니랑 함께 공항 근처로 가는데 총소리가 다다다다…"

4·3 광풍에 휘말린 24살 청년은 7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제주시 애월읍 신엄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故 문기호씨는 1949년 봄,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마을 입구에서 체포돼 제주시 관덕정 제주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동생 문정어(85·여)씨는 오빠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다. 그해 8월 면회를 갔을 땐 이미 오빠는 어디론가 끌려가고 없었다. 오빠의 유해는 수십년이 지나 제주공항에서 발견됐다. 이후 유전자 감식을 거쳐 신원이 확인된 오빠의 유해는 2018년 11월22일 제주평화공원에 안치되며 가족에게 돌아왔다.

19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의 심리로 문정여씨 등 4·3 행방불명인(행불인) 유족 40명이 제기한 재심 청구 사건의 심문이 열렸다. 현재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한 행불인 유족은 문씨를 포함해 350여명이다. 4·3행불인들은 내란죄나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1948년 12월(1차)과 1949년 6~7월(2차)쯤 군사재판를 받고 형무소 등으로 끌려간 뒤 대다수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 상태로 남아있다.

그동안 4·3수형인 중 생존인을 상대로 한 재심은 있었지만 행불인에 대해선 없었다. 올해 6월 70여년만에 처음으로 故김병천씨 유족 등 14명이 제기한 4·3 행불인 재심 청구 사건에 대한 심문이 진행되긴 했지만 아직 재심 개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날 심문에는 문씨를 포함해 그나마 유해를 찾을 수 있었던 유족 2명이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4·3 때 형 김여순을 잃은 김여권(80)씨도 그중 한명이다. 김씨의 형은 1949년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경찰서에 수감됐다가 故문기호씨처럼 제주공항으로 끌려가 총살 당했다. 동생 김씨는 재판부에 "명예를 회복해달라"고 호소했다.

오빠를 잃은 문씨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문씨는 "가슴에 한이 맺힌다. 너무 억울하다. 꼭 진실을 밝혀달라"고 울부짖었다.

재심 여부를 가를 쟁점 중 하나는 4·3 행불인들이 법적으로 사망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지이다.

유족들은 4·3행불인이 숨진 것으로 보고 제사까지 치르고 있지만 사망진단서 등 공식 문서상 사망 기록이 남아 있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일부 수형인들이 가족들이 연좌제로 피해를 볼까봐 형무소에 수감될 당시 실제 이름을 대지 않는 바람에 호적과 수형인명부상 이름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어 이들의 피해사실을 어떻게 입증하느냐도 쟁점으로 남았다. 한편 재판부는 앞으로 검찰 측의 의견서를 받아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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