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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제주문화사전
[김유정의 제주문화사전] (30)동자석의 다문화 상징들
동자는 사람의 처음, 동심은 마음의 처음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10.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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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를 가공해 인공미로
동심으로 수신하라는 의미
동자석에 다종교적인 요소

#동자석의 예술미

크로체(Croce, Benedetto, 1866~1952)는 "예술작품은 미를 느끼게 해주는 대상물로써 아름다운 사물들, 혹은 물리적 아름다움"이라고 불렀다. 사실상 동자석도 조각작품으로써 돌이라고 하는 물리적인 물질이지만 거기에 석공의 노동과 정신 활동이 투여됨으로써 미의식이 투영됐기 때문에 돌도 아름다운 사물이 되고, 혹은 물리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물리적인 아름다움은 보통 자연미와 인공미로 나눌 수 있다. 자연미는 말 그대로 자연 자체가 만들어낸 산, 숲, 바다, 하늘 등인데 자연미는 계절, 기후, 생육 등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는 자연 상태에서 느끼는 좋은 감정의 미감이다. 인공미란 사람들이 만들어낸 미적인 행위의 결과를 말한다. 인공미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돌, 나무, 철 등 다양한 자연의 대상에서 채취한 물질에 정신적인 에너지를 이용하여 만든 예술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 필자가 2003년 발행한 제주도 동자석 연구서.

제주도 동자석은 분명 예술미가 있으며 인공미에 해당한다. 재료는 자연에서 얻은 돌이고, 석공이 어떤 의미를 부여해 하나의 조형물로 만든 것이다. 분명히 인공미라는 예술미가 있기 위해서는 자연물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석공의 자질이 따르며, 그 표현 능력에 따라 거친 자연석으로부터 아름다운 석상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예술이 이런 경로를 통해서 창작되고 있다.

제주도 동자석은 하나의 세계관의 산물이다. 사람들이 분묘의 석상에 대해 거론하지만 거기에 대한 세계관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다. 심지어 석상의 기능이나 역할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는다. 대상에 대한 세계관은 자신의 삶의 철학적 관점을 드러내는 것이고, 기능이나 역할은 그것을 스스로 풀어가야 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무덤에 동자석은 왜 세우는가

무덤에 세우는 석상들은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이를테면, 사용목적, 치장목적, 표상목적들이 그것이다. 따지고 보면, 동자석의 기능이나 역할도 이를 세분화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무덤의 동자석의 사용목적은 두 가지로 말할 수 있겠다. 먼저 망자의 입장에서 보면, 집안 건사(建事)를 위한 교훈적인 상징인 것이다. 생전에 망자는 사후 집안을 걱정해 자손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바라는 바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자석을 세우는 것도 망자의 뜻이 반영돼 공동체를 향해서 자신과 집안의 이미지를 남기게 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자손의 입장에서는 조상의 무덤에 동자석을 세움으로써 부모의 뜻을 받들고 효를 실천하는 행위로써 봉양과 더불어 공경의 목적을 갖게 하고자 함이며, 남은 자손들이 선조를 잘 모시게 되면 자신도 결국 후손들로부터 그런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는 환원적인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동자석이 들고 있는 유교, 불교, 무속, 기독교의 다양한 문화상징들. 사진 왼쪽 위부터 숟가락, 붓, 술병과 잔대, 과일, 새, 뱀.

두 번째 치장목적은 망자의 집안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집안으로 부를 이뤘고, 그럼으로써 가족의 성원이 모두 훌륭한 집안의 자손이라는 위세(威勢)의 상징성을 띠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 표상목적으로는 유가(儒家)의 이념이나 사상을 드러내는 일이다. 동자가 갖는 의미가 결국 측은지심(惻隱之心)과 깨끗한 동자의 심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유가의 종교적 핵심인 가족주의와 국가주의를 통합시켜 위계적 질서를 지키고자 함이다. 즉 이런 이념은 유가의 실천윤리를 드러내는 행위로써 작용하는 것이다. 또 표상목적으로 동자석에 유·불·선이 습합됐다고 말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무덤에 동자석을 왜 세우는 지를 알 수 있게 된다. 필자는 동자석의 기능을, 2001년과 2003년에 6가지로 구분해 '아름다운 제주석상 동자석'에 게재했었으나, 2020년에 다시 교훈적 기능을 하나 더 추가하면서 동자석의 기능을 최종 정리해본다. 동자석의 기능은 ①숭배적 기능-사자(死者)를 위해서 제례를 행하기 위한 효도와 공경(恭敬) ②봉양적 기능-영혼을 위한 심부름꾼(侍童), 정성으로 봉양하는 동자 ③수호적 기능-사자(死者)를 악귀에서부터 수호하기 위한 임무의 수행 ④장식적 기능-가문의 권위(權威)를 알리기 위한 무덤의 치장(治裝) ⑤주술적 기능-사자의 영혼을 위무(慰撫)하기 위한 종교·신앙적인 기능 ⑥유희적 기능-사자(死者)와 벗해 놀아주는 아이, 또는 말벗 ⑦교훈적 기능-동심(童心)으로 수신(修身)하며 깨끗이 살라는 수양의 상징(2020년)이 있다.

동자석이 들고 있는 유교, 불교, 무속, 기독교의 다양한 문화상징들. 사진 왼쪽 위부터 술잔 올림, 기물, 연꽃 봉오리, 십자가, 목걸이, 두 마리 새.

동자석을 무덤에 세우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상에게 자손들이 효도를 실천하는 것인데, 효도란 것이 단지 봉양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한낱 짐승을 기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공자는 말한다. "지금의 효도라는 것은 부모를 봉양할 수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개나 말도 기르고 있는데, 만약 봉양만 하고 공경하지 않으면, 부모를 봉양하는 것과 개와 말을 기르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동자석은 늘 동심(童心)으로 살라는 메시지

이탁오는 말한다. "무릇 동심(童心)이란 진심(眞心)이다. 만일 동심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한다면, 이는 진심이 있으면 안 된다는 말이 된다. 동심이란 거짓을 끊어버린 순수하고 진실한 것으로,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장 처음 갖게 되는 한 생각의 본심이다(最初一念之本心). 동심을 잃게 되면 진심이 없어지고, 진심이 없어지면 진인(眞人)이 된 까닭을 잃게 된다. 동자(童子)는 사람의 처음이요(人之初也). 동심은 마음의 처음(心之初也)이다. 마음의 처음을 어찌 잃겠는가? (……) 말이 비록 아름다워도 나에게 의미가 없는 것은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내뱉으며 거짓 일을 꾸미고 거짓 문장을 지어낸 때문이 아니겠는가? 원래 그 사람이 거짓되면 거짓스럽지 않은 바가 없게 마련이다."

갓난아이(孩提之童)라는 말은 유가(儒家)의 대표적인 경전 '맹자'에 처음 언급된 말이다. 아이는 배우거나 생각하지 않고도 사랑하고 공경할 줄 알며, 진실하고 순수해 인의에 따라 행동한다. 사람이 그 갓난아이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은 그 마음이 진실로 순수하기 때문인데, 이탁오는 동심이야말로 확실히 욕망하는 것을 숨기지 않는 적나라한 마음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이 있고, 그러므로 일상이 번다(繁多)해지면서 고뇌에 차고, 염치를 잃게 된다. 동자의 첫 마음과도 같이 진심을 가지는 것을 늘 삶의 올바른 태도로 삼으라는 의미로써 유가에서는 동자 사상을 선호한 것이다.

제주도 동자석은 다종교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비록 유교식 관·혼·상·제가 본격적으로 15세기 이후 시작 돼 조선시대 무속과 불교를 탄압했지만 그럼에도 조선말기에는 기독교가 공공연하게 무덤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지금껏 제주 석상을 육지 왕릉 중심의 관점에서 보거나 혹은 조선시대 지배계급 사관으로 보게 되면, 제주도 동자석을 제대로 볼 수가 없고 육지 석상의 아류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나 제주도 석상들의 독자성은 매우 뛰어나고 그 아름다움 또한 아주 특별하다.

<김유정 미술평론가(전문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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