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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의 목요담론] 보존과 개발 그리고 기록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0. 10.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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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최근 교보문고 앞 글 판에 내걸린 글귀로 지인께서 가슴에 와 닿는다며 사진으로 공유해 주셨다.

이 글은 1980년대 포크밴드였던 시인과 촌장의 노래에서 가져왔다고 하는데, 모두가 원하는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생각하게 해준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평온한 일상을 바라는 우리의 희망이나,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갈등의 천국이 돼버린 제주 섬을 경험하는 우리를 볼 때 풍경 노래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한가지일 것이다. 벌써 제주를 제주특별자치도로 표명하고,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만든 지 15년이 흘렀다. 그 사이 제주발전 정책에는 법적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의 당위성을 부여해 주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등재된 세계적 가치보전이란 세계자연유산 때문에 우리사회는 개발과 보존에 대한 이해관계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주민들의 생활공간에서 정주여건이란 이유만으로 슬며시 벌어지는 각종 개발사업들이다. 과거의 전통을 옹기종기 보여주었던 오래된 마을에서는 옛길의 흔적을 볼 수 없도록 쭉쭉 뻗은 도로가 당연시됐고, 그 사이로 다세대주택과 타운하우스들이 마을 확장을 유도했다. 게다가 오름의 능선과 숲속의 경관을 자랑하던 중산간 곳곳마다 골프장을 낀 관광숙박시설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공간 확장은 과거의 경관과 습속을 희석시키고 있는 주요 요인이지만 너무 익숙해진 개발이 됐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마을마다 마을기록화사업에 대한 요구가 많다. 물론 기록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조선시대 이전까지는 중국, 일본, 고려 등의 사서에 탐라와 제주의 현상이 부분적으로 기록돼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사건을 기록한 계록과 통사격인 읍지가 있었고, 목민관이나 유배인에 의해 기록된 문집들이 제주를 소개하기도 했다. 근현대에 오면서부터는 지역학교를 중심으로 '향토지'라는 기록물들이 간간이 발간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마을회관이라든가, 마을 어귀에 공덕비, 기념비 등 비석의 형태를 빌어 마을에서 일어났던 중요 사건을 후세들에게 귀감으로 남기려했다. 특별자치도 이후부터는 행정동을 중심으로 지역 전반에 걸친 역사, 자연, 문화, 사건 등을 기록하는 종합지로서 읍·면·동지들을 지원해 발간해 오고 있다. 이처럼 광의적이거나 단편적인 마을 기록들은 많지만 오래된 자연마을의 특징과 현황을 상세히 보여줄 수 있는 마을별 통사로서 기록을 찾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 들면서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싶어 하는 자생 마을이 많은 이유는 우리만이 가진 변화상을 상세히 남기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급속히 변해가는 문화경관과 자연경관의 모습, 많은 이주민의 거주왕래로 조급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쨌든 현재를 살아가는 제주인의 자기규정이라 할 수 있는 정체성을 찾기 위한 절대적 노력의 요구일 수 있기에 당연히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풍경의 가사를 떠올려 보면서, 오랜 세월 제주에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이 마을 기록화 사업을 통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으로 돌려놓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수정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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