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화의 건강&생활] 커피와 암

[한치화의 건강&생활] 커피와 암
  • 입력 : 2020. 09.23(수)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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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우리의 지친 삶을 달래주고, 낭만을 가져다준다. 암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심리적 편안함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과거 부임했던 병원들마다 암진료소의 대기 공간이나 외래항암치료실에 커피 내리는 장치를 설치해서 항상 커피향기가 풍기도록 했고, 누구나 따라 마실 수 있게 했었다. 물론 조용하게 음악이 흐르도록 음향시설도 설치했었다. 지금 되돌아보아도 참 좋았었다는 생각이다. 모르긴 해도 환자와 가족들도 좋아했었으리라고 믿고 있다.

커피의 종류가 너무 많은데도 다들 잘 골라서 마신다. 지금은 온통 커피 세상이다. 우리는 커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늘 들어왔기 때문에 과연 이렇게 마셔도 되는 것인가? 하는 불편한 마음을 갖고 마시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의학잡지 최신호(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3:369-378)에 커피와 카페인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이 소개됐다. 많은 연구들을 통해서 커피와 커피에 많이 들어있는 카페인의 소비가 암의 발생빈도와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특별히 높이지 않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커피 소비가 흑색종이라는 피부암과 흑색종 이외의 기타 피부암들 그리고 유방암과 전립선암의 발생위험을 약간 낮췄다고 한다. 특히 자궁내막암과 간암의 발생위험이 커피 소비량과 좀 더 분명하게 서로 반비례했다고 한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자궁내막암의 발생 위험이 카페인을 제거하지 않은 커피와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 모두 유사하게 낮았고, 간암은 카페인을 제거하지 않은 커피와의 관련성이 좀 더 높다고 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커피를 많이 마시면 몇 가지 암질환들의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이번 의학잡지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다른 보도 자료들에는 두경부암과 대장암 발생위험도 커피 사용량과 반비례하는 것으로 돼 있다. 커피의 어떤 성분이 암의 예방에 관여할지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카페인을 포함해서 리그난 같은 폴리페놀, 그리고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물질들이 암발생을 억제하는 물질들로 짐작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의 내용들과는 반대로 암의 위험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일부 의견들도 있다. 커피를 볶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아크릴아마이드라는 화합물이 암 유발 물질로 의심을 받고 있다. 원래 아클리아마이드는 공업 물질이며, 동물실험결과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커피를 많이 마시면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이다. 음식 속의 아크릴아마이드는 감자튀김, 칩스, 바싹 구운 토스트, 비스켓, 크래커를 만드는 과정에서 식품 속의 아미노산인 아스파라긴과 당분이 고온에 갑자기 노출되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 대규모 임상시험들을 통해서 음식에 생긴 아크릴아마이드와 특정 암 질환들은 서로 연관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얻은 바 있다. 문제로 삼은 아크릴아마이드보다는 오히려 칼로리가 높은 음식 때문에 일어난 비만이 암 발생과 더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적어도 현재까지는 커피가 몇몇 암 질환들의 암 발생 위험을 낮춰 준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커피를 마실 때 중용(中庸)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겨 보면서 적당하게 마시고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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