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8)구암굴사~소산오름~진지동굴~칼다리폭포~노루물~신령바위~역사문화 탐방로~내창길~삼의악~산천단

[2020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8)구암굴사~소산오름~진지동굴~칼다리폭포~노루물~신령바위~역사문화 탐방로~내창길~삼의악~산천단
제주시 도심 가까이에서 하는 가을 마중
  • 입력 : 2020. 09.16(수)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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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근교 잘 갖춰진 트래킹코스
아라동 '역사문화 탐방로' 일원

삼의악서 바라본 시내 전경 압권
숲길 따라 가을로 향하는 발걸음




잇따른 태풍으로 적지 않은 생채기를 남긴 여름도 지나간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하늘과 따뜻한 햇볕이 가을의 문턱에서 지난 여름을 잊게 한다. 2020년을 생각하면 코로나19뿐인데, 벌써 9월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활동이 위축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한적한 곳에서 즐기는 차박과 캠핑, 백패킹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자연을 방패 삼아 바이러스와 일상의 고단함을 잊고 각자의 역할을 지켜내려는 나름의 노력이 아닐까.

지난 4일 '2020 제8차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구암굴사에서 소산오름~진지동굴~칼다리폭포~노루물~신령바위~역사문화탐방로~내창길~삼의악~산천단으로 이어진 코스에서 진행됐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직후라 탐방이 가능할지 걱정이 됐다. 하지만 맑은 하늘 아래 상쾌한 바람이 불며 트래킹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제8차 에코투어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길잡이 박태석 씨를 따라 취재진과 행사 요원만이 통행했다.

시내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잘 조성된 트래킹 코스가 있는 줄 몰랐다. 이곳은 '아라동 역사문화 탐방로'라는 이름으로 누구나 손쉽게 탐방이 가능하도록 잘 정비돼 있었다. 코스 곳곳에 전체 탐방로를 확인할 수 있는 표지판은 물론 주요 장소에는 그곳의 이름과 설명이 적힌 안내판도 설치됐다.

삼의악에서 바라본 제주시 전경. 강희만기자

완만한 경사의 숲길을 따라 오르니 진지동굴이 있었다. 진지동굴은 태평양전쟁 막바지인 1945년 제주도에 들어온 일본군에 의해 구축된 동굴 형태의 군사 진지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제주도는 일본 본토와 가깝고, 태평양전쟁에 유리한 지점에 있어 일본은 '결 7호 작전'이라는 군사 작전으로 제주도를 자신들의 본토 사수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 삼았다. 관동군 등 일본군 정예병력 7만5000여명을 제주도에 주둔시키며 해안기지와 비행장 등 각종 군사시설을 건설했는데 이때 많은 제주도민이 강제 동원된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휴대폰 불빛을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가 봤다. 서늘한 공기가 감싸 안으며 음침한 분위기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갑자기 날아든 박쥐를 핑계 삼아 동굴 밖으로 줄행랑쳤다. 동굴은 깊고, 안쪽은 여러 갈림길이 있어 길을 잃을 수 있다. 무리한 탐방은 삼가는 게 좋겠다.

칼다리폭포.

진지동굴을 떠나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한라산을 따라 내려오는 계곡물을 만날 수 있었다. 계곡 주변으로 쓰러져있는 풀들을 보면서 며칠 전 지나 갔을 거센 물길을 상상해 봤다. 그 덕분에 시원하게 물이 떨어지는 칼다리폭포를 제대로 만날 수 있었다. 평소에는 건천으로 폭포의 모습은 보기 어려운데 비가 온 이후 잠깐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숨은 명소이다. 폭포 옆으로는 시기별로 층층이 쌓인 용암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뒤틀리기도 하며 마치 물결치듯 이어진 모습이 생경하고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진지동굴.

칼다리폭포를 나와 울창한 숲길을 따라 노루물과 신령바위를 만났다. 노루물은 한라산 야생 노루들이 물을 마시는 곳으로, 평소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때마침 햇살이 나무 사이를 뚫고 노루물을 비치며 반짝반짝 빛이 났다. 당장이라도 부스럭 소리와 함께 노루가 나올 것만 같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신령바위가 보였다. 신령바위에는 한라산의 신령이 서려 있어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혹시 모르니 일단 소원은 빌어본다.

정금.

역사문화 탐방로와 내창길을 따라 삼의악으로 향했다. 5·16 도로에서 산천단을 지나면 우측으로 우뚝 솟은 삼의악이 보인다. 높이는 574.3m로 오름 정상부에서 샘이 솟아 나와 세미오름이라 부르다가 지금은 한자의 음을 빌어 삼의양악, 삼의악으로 불린다. 생각보다 가파른 좁은 길을 오르니 제주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는 제주대학교부터 저 멀리 함덕의 서우봉까지 눈에 잡힌다. 탁 트인 시야에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제주시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삼의악에 오를 것을 추천한다.

까마귀베개.

산천단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에 잘 가꿔진 편백숲을 만났다. 높이 솟은 편백나무 사이로 넓은 평상이 갖춰져 있었고 삼삼오오 둘러앉아 휴식 중인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편백은 침엽수 중에서도 가장 많은 피톤치드를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균, 스트레스 완화, 진정작용에 효능이 좋은 피톤치드를 맡으며 내려오니 종점인 산천단에 다다랐다.

김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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