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우의 월요논단] 일본 투하 원자폭탄과 북한 핵

[남동우의 월요논단] 일본 투하 원자폭탄과 북한 핵
  • 입력 : 2020. 08.24(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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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6일 미국의 B-29폭격기가 일본의 히로시마 중심부를 조준해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Little Boy'를 투하했다. 이어서 3일 후인 8월 9일 2번째 원자폭탄 'Fat Man'이 나가사키에 투하됐다. 태평양 전쟁 당시 승기를 잡은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이끌어내기 위해 실시한 원자폭탄 투하 작전은 8월 15일 일본 천황의 무조건 항복 선언으로 결국 성공했다. 그러나 원폭 투하 현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모습이었다. 원폭 폭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6㎞ 이내 모든 것이 완전히 파괴됐으며, 당시 사망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고 생존자는 죽을 때까지 힘겹고 처절한 삶의 투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산 자가 죽은 자를 부러워할 만큼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지닌 정체불명의 신무기 등장에 전 세계는 공포감을 느꼈다.

세월이 흘러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피폭된 지 75년이 흘렀다. 두 도시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가 그 동안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아쉽게도 핵무기 개발 경쟁이 벌어져 전 세계적으로 9개국에서 핵탄두 1만3400개를 보유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됐다. 75주년을 맞이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상당 기간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1만3400개의 핵탄두 가운데 1만2500여개가 우리나라와 인접한 동북아시아 안보와 관련된 이해 당사국에 배치돼 있다는 것과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 반열에 거의 올라섰다는 것이다.

북한은 소련의 지원으로 핵개발의 토대를 형성하기 시작한 1950년대 중반부터 2017년 9월 3일 제6차 핵실험 후 국가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할 때까지 끈질긴 노력을 계속해왔다. 통상적으로 핵능력은 핵물질, 기폭장치 및 운반체계(대형폭격기·대륙간탄도미사일·전략잠수함) 구축 여부로 평가하는데, 북한은 이 모든 능력을 거의 구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언론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수중에서 기습적으로 탄도미사일(SLBM) 발사가 가능한 신포급 전략잠수함의 등장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전략잠수함 건조를 은밀히 추진해 온 걸 보면 이미 30년 전 부터 핵무기 개발과 병행해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구상하는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 우리의 미사일 방어체계 사각지대에서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를 세상에 선보인 것이다.

우리 군은 북한의 비핵화와 핵 도발 억제 및 방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잠수함의 출현은 이 모든 노력을 초라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럼 북한의 전략잠수함을 저지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는 이제 전적으로 해군의 몫이 됐다.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 필요성이나 해상초계기 추가 확보 등 대잠전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해군의 지혜로운 방안 도출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일본에 대한 핵공격으로 일본은 최악의 비극을 맛보았지만 우리는 통일의 기쁨을 누렸다. 한반도가 핵전쟁에 휘말리면 우리에게는 비극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기쁨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한여름 밤의 열대야 때문인지 아니면 답답한 현 시국 때문인지 좀처럼 편히 잠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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