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의 편집국 25시] 또 다른 고달픔

[박소정의 편집국 25시] 또 다른 고달픔
  • 입력 : 2020. 08.13(목)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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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보다는 대면 수업이 좋긴 하죠. 하지만 한두 과목 들으러 가려니 부담이 돼요. 기숙사비와 생활비로 한달 70만원 정도 드니깐요. 전공 수업이라 안 갈 수도 없고…."

오랜만에 만난 조카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조카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1학기 내내 제주 본가에서 지냈다. 다가오는 2학기엔 상황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수업이 여전히 비대면 방식이지만 소규모 강의는 대면 수업으로 진행된다고 대학이 결정했기 때문이다. 단지 이 몇 개의 수업을 위해 한 학기 동안 모든 생활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 조카의 마음에는 짐이 된 것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부실한 비대면 수업방식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등록금 반환' 요구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가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대학 등록금 환불 관련 민원 1380건 중 1283건(92.9%)이 신입생·재학생의 입학·등록금 환불 요구였다. 학교시설 미이용·실습수업 미이행, 온라인 강의로 인한 학습권 침해, 수업일수 감소, 등록금 외 생활비용 추가 부담 등이 그 이유였다.

일부 대학은 이러한 학생들의 요구에 1학기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거나 2학기 등록금을 일부 감액하고 있으나 등록금 환불 소송이 제기되는 등 '등록금 반환'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의견을 수렴해 제도개선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학생은 학생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캠퍼스의 낭만을 즐겨야 하는 대학생들이 코로나19로 또다른 고달픈 삶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박소정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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