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 설득의 논리와 확증편향

[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 설득의 논리와 확증편향
  • 입력 : 2020. 08.05(수)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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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장마는 유월 말쯤부터 시작해 한 달 정도 지루하게 지속되다가 팔월이 되면서 끝나는 줄 알았다. 장마 중에 많은 비를 뿌리는 곳도 있었지만 대체로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져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피로감을 더했다. 이제 장마가 물러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나 했더니 중부지방으로 폭우가 쏟아져 재산 손실은 물론이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제주도는 큰 영향 없이 여름의 풍경으로 흐르고 있다.

학자들이나 전문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백신 개발 자체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학자들도 많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도 문제가 있지만, 비록 개발이 된다 하더라도 이름도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바이러스로부터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를 모범적 사례로 인정하며 그 대응 방법 등을 공유하고자 하는 나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서구의 선진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확진 억제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정부의 정책이나 관련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온 국민이 함께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공동체의식이었다. 이런 문제의식은 더 나아가 인류공동체의식으로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21대 국회가 개원하며 대정부 질문에서 보여준 국회의원들의 모습, 제주도로 밀려드는 관광객들의 행태, 제주도청과 도의회가 마주 바라보는 사이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는 이들, 그리고 마을 입구마다 펄럭이는 지역균형개발이라는 현수막 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나라가,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이후의 대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회의하게 된다. 왜냐하면, 내세우는 주장들이, 특별한 현상들이 쉽게 그럴 만하다는 설득의 논리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확증편향성을 가지고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경우가 바로 확증편향이다.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으로 살아간다고 해서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관계 속에서 갈등을 증폭하고 분열을 초래해 공동체의식마저도 왜곡하는 경우가 있다. 코로나19 문제에 관해서도 정치적으로 편향성을 가지게 되면 그동안 공동체의식으로 극복의 과정으로 나아가던 동력을 잃어버릴 위험을 안게 된다. 요즘 지상파 케이블TV 또는 SNS를 통해 보고 듣게 되는 정보들은 쉽게 편향성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설득의 논리 중 최선은 진솔함이다. 잇속을 숨기고 내뱉는 말은 모두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확증편향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AI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가장 절박한 문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정치적 편향성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제주도의 개발과 보존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제 진솔함으로 서로 마주 앉아 근본적 문제부터 해결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올 여름도 지난해처럼 제주의 풍경은 몹시도 북적거릴 것임에 틀림이 없다.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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