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희의 월요논단]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봉희의 월요논단]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 입력 : 2020. 08.03(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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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는 육신의 상처뿐만 아니라 아이의 영혼에 깊이 상처를 새기는 파괴적인 행동이다. 저항할 수 없는 아이가 자신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영원히 지우는 일은 수많은 시간과 돈을 써도 쉽지 않을 것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봤을 때, 아동 개개인은 모두 마땅히 누려야 할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를 갖고 있다. 모든 권리들은 서로 연관돼 있으며 중요도의 차이 없이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 이것을 바탕으로 아동 개인이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국가는 사회경제적으로 개인을 부양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사회에서 정의롭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그것을 시정해나가야 할 의무 또한 있다.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사태 파악에 시급한 모습보다는 아동의 도와달라는 구조신호를 빠르게 파악해야 될 필요성이 요구된다. 영화 '기생충'을보면, 약자로 내몰린 사람들이 외치는 다급한 신호를 저택의 부부는 단순히 센서가 고장 났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이 도와달라는 구조신호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우리는 모스부호처럼 모호하고 어려운 언어로 분절될지라도 반드시 아이들이 보내는 신호를 해석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학교, 어린이집, 학원 등 어린이와의 접촉이 잦은 기관에서는 어린이들의 작은 변화라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최근 부모의 학대로 다치고, 죽는 아이들의 소식이 연일 뉴스에 나오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숨진 사망자는 2019년 43명으로 전년(28명)보다 15명이 늘었고, 사례 건수 또한 3만70건으로 전년(2만4604건)보다 증가했다.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약 80%가 부모라는 점이다. 이 점은 가족 내에서 행해진 아동 학대가 드러나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아동학대 문제는 예방도 중요하지만 학대 이후의 지원도 중요하다. 학대 아동에 대한 재학대 발생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해 아동 쉼터나 보호시설로 피해 아동이 분리 조치돼도 대부분이 가해자인 주 양육자, 즉 부모와 다시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호 전문기관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재학대의 발생을 막고 있으나 인력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의 처우 또한 열악해 전문성 있는 인력들이 환경을 떠나는 최악의 사태도 벌어지곤 한다. 국가의 책임과 투자를 통해 이들의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개편을 통해, 아동학대 대응과를 신설해 종합적인 아동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학대 아동에 대한 심리치료, 전문적인 지원, 가해 양육자에 대한 교육 및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우리는 재학대의 방지를 기대할 수 있다.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는 소유물처럼 함부로 대하는 관계가 아닌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아야 하는 건강한 애착관계로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야 하는 관계다. <김봉희 제주한라대학교 사회복지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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