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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의 문화광장] 매운맛 vs 스트레스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입력 : 2020. 07.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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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음식점에는 김치처럼 으레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땡초이다. 처음 제주에 가서 멋도 모르고 덥석 베어 물은 땡초의 맵고 얼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유독 매운 제주의 땡초가 제주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땡초는 아주 매운 청양고추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음식물이나 식품의 기본 맛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의 네 가지로 이뤄지는데 여기에 동양에서 즐기는 매운맛을 더해 5미가 기본 맛이다. 맛은 혀의 표면에 있는 미뢰의 미각신경이 화학적인 자극을 받아서 일어나는 감각이다. 사실 매운맛은 순수한 미각이라기보다는 생리적인 통각이라 할 수 있다. 즉 미각신경을 강하게 자극함으로써 느껴지는 기계적 자극 현상이다.

매운맛도 여러 종류가 있다. 고추, 마늘, 후추, 고추냉이 등 모두 맵다고는 표현하지만 경험상 서로 다른 느낌의 매운맛인 것을 알 수 있다. 고추에는 캡사이신이란 성분으로 입안에 불이 나는 것처럼 맵고 마늘에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으로 입속이 알싸해지며 후추는 피페린이란 성분으로 매운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고추냉이에는 시니그린이란 성분으로 코끝이 찡해지는 매운맛을 준다. 특히 한국 고추의 매운맛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 매운 라면이나 매운 볶음면 매운 떡볶이 등 한류와 함께 매운맛 마케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매운맛 유행시기와 사회상황에 대한 한 연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경제가 좋은 시절에는 경제 성장에 기대를 가득 안고 노동 시간에 상관없이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 대중들은 과중한 업무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매운맛을 찾는다고 한다. 그와는 반대의 경우로 경제가 어려운 시절에는 금융위기와 불경기 그리고 실업과 실직에 따른 스트레스로 또한 매운맛을 찾는다고 한다. 실제로 과거 매운맛을 즐기지 않던 일본인들도 버블경제의 발생과 붕괴 때 아주 매운맛인 '게키카라(激辛)'가 유행했다고 한다.

그럼 사람들이 통증에 가까운 매운맛을 즐기는 이유가 뭘까? 매운 음식을 먹고 땀을 흘리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들 한다.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몸에서는 이것을 통증이라고 받아들이고 이 통증을 없애기 위해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을 만들어 내 사람의 통증을 없애고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향후 얼마간은 어려울 것이라 예측된다. 따라서 매운 맛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려는 욕구도 늘어나리라 전망된다. 다행히도 캡사이신, 알리신, 피페린, 시니그린 등 매운맛의 성분은 모두 항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한국의 의료 연구팀에 따르면 캡사이신을 너무 많이 먹으면 면역력을 떨어뜨려 몸에 무리가 간다고 보고됐다.

모두가 힘든 이 시기를 잘 견뎌내기 위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슬기롭게 해소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이 기회에 흡연·음주를 줄이고 운동하며 가족들과 주변 이웃들과 서로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긍정적인 방법으로 건강도 찾고 주변과의 관계도 돈독해진다면, 훗날 이 힘든 시기를 함께 헤쳐나와 웃으며 추억할 날이 반드시 오리라는 희망찬 기대를 가져본다. <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장·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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