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의 풍광이 아프다

[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의 풍광이 아프다
  • 입력 : 2020. 07.08(수)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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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라 안팎으로 '인간'이 무서운 고초를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왕관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와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다. 첨단과학시대를 이룬 만물의 영장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사태로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고, 익숙했던 삶이 힘들어졌다. 바이러스가 천산갑이나 황금박쥐에서 나왔든, 전쟁을 위한 실험에서 비롯했든, 원인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다.

천혜의 제주 풍광도 많이 아프다. 불법으로 버리는 폐기물과 쓰레기 때문이다. 장소는 산과 오름, 들녘, 하천, 바다 등 구분이 없다. 버려지는 것도 깨진 변기, 부서진 세면대, 녹슨 냉장고, 썩은 소파 같은 폐기물에서부터 플라스틱 제품들, 비닐봉지에 담긴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은 미관만 해치는 게 아니다. 산야와 바다를 오염시키고, 그 안의 생명체들에게 해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열매를 제대로 맺기도 전에 스러져간 '가시리의 유채꽃들'을 기억한다. 이들은, 제철에 무리지어 흐드러지게 핀 죄, 아름다운 죄, 벌과 함께 노닌 죄 밖에 없었다. 사람들을 유혹하지도 않았다. 그 가녀린 꽃들이 육중한 굴삭기에 밀리고 밟혀 스러져갔다. 바이러스의 전염 예방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지 않으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그들이 가야 했다.

쓰레기 불법 투기와 유채꽃밭 사태의 원인도 사람들의 탐욕과 이기심이다. 유채꽃 제거는 공공연히 이루어진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치자. 하지만, 폐기물과 쓰레기의 불법투기는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개인적인 범죄와 다르지 않다. 생활 쓰레기와 폐기물의 수거 체계가 전국 최고 수준인 제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게 자해인 줄을 모르는 몰상식과 자기만 아는 몰염치가 유감스럽다.

제주는 경관이나 자연이 더 이상 청정하지 않다. 경관의 피해까지 거론하기는 부끄럽다. 자연 자체가 오염되며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야에서 부는 바람이 썩는 쓰레기와 화장실 변기 따위를 스쳐 우리에게 다가온다. 연근해에서는 바닷물이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우려내고 있고, 어떤 생명체들은 플라스틱을 뱃속에 품은 채로 죽어 시신을 썩히며 또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생태계가 위험하다.

생태계는, 산천초목과 해양식물은 물론 큰 짐승에서부터 미물에 이르기까지 서로 꼭 맞물려 있다. 사람도 그 안에 있다. 저 '가시리 유채 밭'의 꽃과 벌들은 새해에도 그곳을 찾을까? 생태계의 일원은 그 무엇이든 사람만큼 그 삶이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한다. 더욱이, 그들은 인간의 생존과 크든 작든 연관돼 있다. 아인슈타인은 일찍이 '벌이 사라지면 인간은 4년 안에 멸종한다.'고 역설했다.

아픈 제주 풍광의 치유와 보호에 모두 나서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확대는 우리의 학대에 대한 지구의 반응이며, 자연을 해치면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자연환경을 잘 지키지 않으면, 이는 어느 날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서운 재앙으로 응답할지 모른다. 당국과 관련단체들의 쓰레기 수거와 지도 및 단속, 그리고 바른 시민의식의 확산이 중차대하고 시급하다. <이종실 사단법인 제주어보전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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