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폭풍이 지난 후

[문만석의 한라칼럼] 폭풍이 지난 후
  • 입력 : 2020. 07.07(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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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폭풍 속으로 깊이 침잠되는 나날이다. 잠시 방심하면 어느새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지나는 자리마다 혼돈과 절망의 상흔을 남기고 있다. 혹자는 시대를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누고,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전례 없는 변화를 동반한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일상)의 시대로 규정한다. 이는 우리가 얼굴을 맞대며 먹고,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던 소소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 이후 유망 분야 키워드로 'H.O.M.E'을 제시했다. 'H'는 헬스케어, 'O'는 인공지능 등을 포함하는 온라인, 'M'은 무인화(Manless), 그리고 'E'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형성된 홈코노미(Economy at Home)를 뜻한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비대면과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탈세계화, 효과적인 방역을 위한 국가 통제와 사회감시의 강화, 재택근무와 원격진료의 일반화, 그리고 소비와 생산 방식의 변화 등이 두드러질 것이다.

코로나의 폭풍 속에서 항공업과 여행업 등의 위기, GDP 감소와 소비 부진, 실업률 상승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의 증가 등 부정적인 정보들이 흩날리고 있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갈등과 코로나 확진자의 일탈 행위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폭풍이 시간이 지나며 잦아들 듯, 코로나19도 백신과 치료제의 시간 이후 점차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지나간 후의 세상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가이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확정된 미래는 존재할 수가 없다. 우리는 다시 노멀 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일까? 코로나 이후의 인간의 삶은 이전과 다른 삶이어야 하는 것일까? 대다수 뉴 노멀 시대의 예측에는 노멀로의 복귀와 각자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 결여돼 있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현재의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기를 바란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탈세계화 등 교류가 제한된 사회는 인류 진보의 시계를 되돌리는 일이다. 인류는 시련 속에서 협력, 공조, 연대를 통해 더 나은 삶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어왔다. 코로나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이 대공황에 버금가는 폐허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위에서 다시 인간의 삶을 영위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는 대면접촉의 최소화가 아니라 삶의 고통의 최소화를 위한 투쟁의 시기이고,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적응이 아니라 기존 일상의 회복을 위한 노력의 시기여야 한다. 정보화 시대에 굴뚝산업이 존재해야 하듯, '비대면 경제' 시대에도 '대면 경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도 여행을 하고, 동료들과 마주앉아 소통을 하며, 이웃과 사회의 일원으로 어울리며 살아갈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삶을 회복하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통해 새로운 진보의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아니라, 이전보다 나아진 세상이어야 한다. 폭풍을 이겨내는 힘은 연대와 배려이고, 그 힘이 모여 폭풍이 지나간 후의 세상을 만든다. <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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