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윤의 월요논단] 제2공항은 전혀 명분이 없다

[김동윤의 월요논단] 제2공항은 전혀 명분이 없다
  • 입력 : 2020. 07.06(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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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공개연속토론회'가 열렸다. 24일까지 네 차례의 공방전이 펼쳐진다. 열띤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신둥부러진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상식 수준에서 발언코자 한다. 상식적으로 보면 쉽게 판단될 일인데, 상식에서 벗어나는 기준을 내세우다보니 정리가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발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인구 70만 명도 안 되는 섬에 민간공항이 2개인 곳이 있을까?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인구 145만 명의 일본 오키나와현(沖繩縣)의 경우 주민 90%가 오키나와 본섬에 거주하는데, 본섬의 민간공항은 나하(那覇)공항밖에 없다. 오키나와의 소음공해가 일상화된 것은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군사공항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주도 인구가 대폭 늘어날까? 천만의 말씀! 2010년 이후 계속 늘어나던 인구도 작년에 이미 멈춰 서지 않았는가? 2019년 순유입인구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 않은가? 이제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이다. 설사 다시 새로운 변수가 생겨서 는다고 해도 80만을 넘기긴 어려울 것이다.

지역주민 외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 관광객이 연 1500만 명이나 된다고? 아니, 그보다 더 드나들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만하자. 그만하면 됐다. 쾌적한 환경을 눈앞의 수입과 맞바꿀 수는 없다. 관광객을 수적으로 더 유치하려고 애쓸 일이 아니다. 질적 관리를 통해 관광수입을 증대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제주공항이 포화상태임을 이미 경험하지 않았냐고? 그것은 활주로 문제를 개선하면 충분히 해결된다고 하지 않은가? 게다가 포화상태임을 느끼는 것은 공항청사가 비좁은 데도 원인이 있다. 청사를 증개축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또한 하늘길에만 의존하지 말고 편리하고 쾌적하게 뱃길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 사통팔달로 연결 가능한 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자.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성찰케 한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금처럼 거리를 두면서 살아야 한다고 한다. 향후 관광패턴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금도 더러 나타나고 있듯이, 앞으로는 소규모로 쉬엄쉬엄 다니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여행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변화에 걸맞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는 얼마 전에 강정해군기지 문제를 혹독하게 경험한 바 있다. 거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민군복합관광미항'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거기에 과연 민간의 영역은 얼마나 있는가? 그곳으로 관광객이 들어오고 있는가? 아름다운 항구라며 그곳을 보러 찾아가는 관광객은 얼마나 되는가? 해군기지로 인해 강정주민들은 잘살고 있는가? 지역경제는 나아졌는가? 고용창출 효과는 어떠한가?

그나마 강정해군기지는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정부에서 밀어붙였지만, 제2공항은 전혀 다르다. 군사공항이 아닌 민간공함임을 정부에서 수차례 공언했다. 그렇다면 제주도민들이 반대하면 그 계획은 철회돼야 민주사회 아닌가? 설사 찬반이 팽팽하더라도 그런 갈등사안에 대해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면서 강행해야 하는 까닭이 뭔가?

제2공항은 전혀 명분이 없다. 당장 그만둬야 한다. 이게 상식 수준의 결론이다.

<김동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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