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역사·상처·고통… 우릴 다시 깨우는 제주 4월

섬·역사·상처·고통… 우릴 다시 깨우는 제주 4월
탐미협 27회 4·3미술제
  • 입력 : 2020. 06.29(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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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야일의 '이건 너머의 일이 아니다 2'(2020)

7월 5일부터 4·3기념관
국내외 작가 57명 출품
회화·설치·영상 등 통해
‘내일(래일)’ 주제 나아감

무려 7년여에 걸쳐 제주섬을 할퀴었던 제주4·3. 오래도록 땅 아래 금기의 언어로 잠들어있던 4·3의 참상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 데 예술은 지대한 역할을 했고 미술인들도 그 일에 앞장섰다. 탐라미술인협회의 4·3미술제가 대표적이다. 1993년 탐라미술인협회 창립 이듬해인 1994년부터 해를 거르지 않고 4·3미술제를 열어 직설의 시각 언어로, 때론 상징과 은유로 4·3이 지금, 여기에 던지는 의미를 탐색했다.

4·3 72주년이 되는 해이면서 올해로 27회째를 맞는 4·3미술제가 7월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 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매년 4월 3일에 즈음해 개최하던 4·3미술제도 코로나19 여파를 벗어날 수 없었던 탓에 일정을 늦춘 결과다.

지난해 '경야'(經夜, WAKE)란 제목 아래 새벽이 오기 전 새로운 변화와 마주한 4·3 창작 작업의 고민을 풀어냈다면 이번엔 '래일'(來日, RAIL)을 주제로 깨어난 이들이 나아감을 보여줄 예정이다. 앞으로 도래할 날을 의미하는 단어인 내일, 어딘가로 이동하는 수단이 되는 철도 레일과 같은 중의적인 주제어를 통해 '상생의 삶을 위한 길을 내기와 다리 놓기' 등 4·3미술의 방향을 모색하려 했다.

좌혜선의 '몬스터 댄싱'-1(2019)

이번 미술제엔 총 57명(도외 24명, 도내 30명, 해외 작가 3명)이 출품한다. 이들은 회화 30점을 비롯 조각, 설치, 판화, 사진 등을 선보인다. 1965~1966년 반공 대학살이 일어났던 인도네시아의 작가 망우 푸트라의 '풀밭 위의 흔적'(TRACES ON THE GRASS), 박야일의 '이건 너머의 일이 아니다', 방정아의 '혈석도', 좌혜선의 '몬스터 댄싱'(monster dancing) 등 신작을 중심으로 인권이 유린되고 일상의 평화가 위협받는 어제와 오늘, 어쩌면 내일이 될 수도 있는 풍경을 붙잡았다.

탐라미술인협회는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에서 "4·3미술제는 반성이 아니라 각성"이라며 "4·3, 역사, 섬, 타자의 상처, 고통 등 어느날 문득 마주한 낯선 경험이 가져온 각성은 이전의 나를 완전히 쓰러뜨리지만 이는 다시 그리기로 행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했다.

전시 기간은 7월 5일부터 8월 2일까지 약 한 달간이다. 개막 행사는 따로 치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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