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25명 중 1명… 그들에겐 양심이 없다

[책세상] 25명 중 1명… 그들에겐 양심이 없다
마사 스타우트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 입력 : 2020. 06.26(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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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 속 소시오패스
성공 중시 현대사회 기승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지 못한다, 기만적이고 영악하다, 충동적이고 미리 계획하지 못한다, 화를 잘내고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 무모할 정도로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무시한다, 지속적으로 무책임한 성향을 보인다,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학대하거나 무언가를 훔치는 행위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이같은 7가지 증상중에서 3가지 이상을 보일 경우 정신의학자들은 그 사람을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의심한다.

소시오패스로 불리는 그들은 선과 악의 차이를 구분할 줄 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않고 보통 사람들처럼 감정적인 경각심이나 원초적인 두려움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 수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4배, 결장암 환자의 100배나 된다. 통계적으로 25명 중에서 1명은 본질적으로 양심이 없는 소시오패스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하버드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로 40년 가까이 심리 상담 임상 경험이 있는 마사 스타우트 박사는 트라우마 생존자들을 만나면서 소시오패스에게 심리적·정신적 폭행을 당해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가 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우리 이웃일 수 있는 소시오패스와 인간 양심의 문제를 들여다봤다.

저자는 소시오패스를 두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범죄자나 잔혹한 살인마가 아니라고 했다. 범죄와 관련된 소시오패스는 20% 정도다. 그보다는 옳든 아니든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상사, 가족을 트로피처럼 여기는 아버지, 아무런 동기도 이익도 없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동료, 죄책감도 미안함도 없이 아내에게 기생하는 남편 등 평범한 일상 속에 소시오패스가 산다. 그들은 잘 드러나지 않아 무방비로 당하기 쉽다.

전통 사회가 인간관계와 타인에 대한 배려를 기반으로 한다면 현대 사회는 개인적인 성취를 높이 평가하며 타인을 눌러서라도 성공하라고 부추긴다. 그래서 기존에 있던 소시오패스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과연 양심은 개인이나 집단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 정말 파렴치한 소수가 세상을 주무르게 되는 걸까? 저자는 아직 확실한 답은 없지만 분명한 건 하나 있다고 했다. 소시오패스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원천 옮김. 사계절.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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