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행불인 재심 청구 사건 첫 심문 시작

제주4·3 행불인 재심 청구 사건 첫 심문 시작
유족 349명 "불법 재판에 억울한 옥살이 다시 재판 열어야"
행불인 재심 여부 다룰 심문 처음… 사망 입증 등 쟁점 남아
  • 입력 : 2020. 06.08(월) 15:12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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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행불인유족협의회가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수많은 유족들이 병들고 쇠약해졌다"면서 조속한 재심 개시를 촉구했다. 이상민 기자

"너무 억울합니다. 제발 법원이 이 빨간줄 좀 없애 줬으면 좋겠습니다"

 임춘화(74·서귀포시 대정읍 신평리)씨는 3살 때 아버지와 생이별을 했다. 1948년쯤 임씨의 아버지 임청야(당시 28세)씨는 토벌대를 피해 동굴에 숨어 지내다 발각돼 목포형무소로 끌려갔다고 한다. 임씨의 아버지는 7년간 옥살이를 하다 행방불명됐다.

 임씨는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948년 4·3사건으로 돌아가신 줄 알았떤 아버지가 처음으로 7년간 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했다는 걸 알게됐다. 미리 알았으면 찾아뵙기라도 했을텐데…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8일 법원이 제주 4·3에 휘말려 옥살이를 하다 행방불명된 수형인에 대한 재심 개시 여부를 다루는 심문을 시작했다. 법정을 가득 메운 4·3 행불인 유족 100여명은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 명예회복의 길을 열어야한다고 호소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부장판사 장찬수)는 8일 201호 법정에서 과거 내란 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옥살이를 한 故김병천씨 등 4·3 수형행불인 14명이 제기한 재심 청구 사건의 첫 심문 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해 1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4·3 수형인명부에 등록된 2530명 중 행방불명된 이들의 유족 349명은 "가족들이 불법적인 군사 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다시 재판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하는 재심을 청구했다.

100명에 가까운 제주4·3유족들이 법정에 입정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상민 기자

 그동안 4·3수형인 중 생존인을 상대로 한 재심은 있었지만 행불인에 대해선 없었다. 행불인 유족들의 재심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여 다시 재판을 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직접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었던 생존 수형인과 달리 행불인은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 상태'여서 재심 개시 여부를 다투는 심문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4·3 생존수형인 18명은 재심 청구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증언에 나서 무죄 취지의 공소 기각 판결까지 이끌어냈었다. 반면 행불인 유족은 어머니나 가족들로부터 전해들은 사실을 증언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4·3 수형행불인들이 법적으로 사망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느냐도 쟁점 중 하나다. 유족들은 4·3 수형 행불인이 숨진 것으로 보고 제사까지 치르고 있지만 사망진단서 등 공식 문서상 사망 기록이 남아 있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일부 수형인들이 가족들이 연좌제로 피해를 볼까봐 형무소에 수감할 당시 실제 이름을 대지 않는 바람에 호적과 수형인명부상 이름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있어 이들의 피해사실을 어떻게 입증하느냐도 쟁점으로 남았다. 앞으로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 직접적인 경험을 증언할 수 이들을 추려 심문하고 나머지는 서면 제출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후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제주4·3 행불인유족협의회는 심문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7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수많은 유족들이 병들고 쇠약해졌다"면서 조속한 재심 개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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