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불편한 동거' 자전거 우선도로 첩첩산중

자동차와 '불편한 동거' 자전거 우선도로 첩첩산중
환상자전거길 234㎞ 중 7개 구간·11㎞ 우선도로 지정 구상
경찰, 대부분 구간 사실상 반대 "지정시 오히려 안전 위협"
법적 근거도 부실 자전거법에 통행시 우선 순위 조항 없어
  • 입력 : 2020. 06.01(월) 17:04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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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자전거 우선도로 지정 계획이 첩첩산중이다. 경찰은 제주도가 구상하는 자전거 우선도로 중 상당수에 대해 "적합하지 않다"며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동부·서부·서귀포경찰서 등 3곳 경찰서는 최근 제주도에 자전거 우선도로 지정 계획에 대한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제주도는 자전거 우선도로 '후보'로 '환상자전거길'을 올렸다. 2015년 11월 개통한 환상자전거길은 해안도로와 일주도로를 따라 제주도 한바퀴를 도는 코스로 꾸려졌으며 총 길이는 234㎞에 달한다. 제주도는 환상자전거길 전체 구간 중 7개 구간, 약 11㎞를 자전거 우선도로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런 구상을 지난 2018년 처음 드러냈다.

 환상자전거 길이 차로 바닥에 청색 실선 하나를 그려넣는데 그치면서 제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주도는 그해 2월 수립한 5년 단위 법정계획에 자전거 우선도로를 환상자전거 길에 조성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자전거 우선도로는 자전거 도로의 여러 유형 가운데 하나다.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게 분리대나 경계석을 세워 차로, 보도와 구분한 전용도로와 달리 우선도로에서는 별도의 시설물이 없고 자전거와 자동차가 함께 주행할 수 있다. 차로 노면에 '우선도로' 표시가 되어 있지만 자동차와 함께 통행하다보니 그렇지 않은 전용도로에 비해 안전성이 뒤떨어진다.

 경찰이 제주도의 자전거 우선도로 지정 계획을 대부분 반대한 이유도 이런 구조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 경찰은 7개 구간 중 하루 차량 통행량 2000대 미만 기준을 충족하는 조건으로 2개 구간에 대해서만 찬성 의견을 내고 나머지 구간에 대해선 사실상 지정 반대 의견을 냈다.

 제주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장 확인 결과 검토 대상에 오른 도로의 상당수가 길 가장자리 구역(보행로)이 없어 사람도 통행하기 힘든 곳이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자전거 우선도로로 지정되면 도로 하나를 두고 자동차, 사람, 자전거가 함께 다녀야 해 오히려 모두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도 "대다수 검토 구간이 보행로가 없거나 곡선 코스를 끼고 있어 도로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자전거 우선도로로 지정하는 것은 부적합해 보였다"고 전했다.

 모호한 법 규정도 문제다. 가뜩이나 폭이 좁은 도로에서 한개 차로를 차량과 자전거가 함께 쓰지만 도로교통법,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어디에도 우선도로에선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우선 통행한다는 조항이 없다. 말만 자전거 우선도로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 우선도로에 대한 운전자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통행 우선권에 대한 법적 근거도 뒷받침되지 않아 모두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자전거 우선도로를 지정해도 큰 실익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찰의 의견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경찰이 반대하는 데 지정을 강행할 순 없는 노릇"이라면서 "경찰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보완대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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