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방법 바꾼 미세섬유' 보육교사 살인 증거될까

'분석 방법 바꾼 미세섬유' 보육교사 살인 증거될까
피해자 옷 15군데서 무작위 검출해 피고인 옷과 비교 분석
변호인 "달라진 것 없어… 다른 승객 옷 가능성 배제 못해"
  • 입력 : 2020. 05.27(수) 12:45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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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이 새로운 방법으로 분석한 미세섬유 감정 결과를 제시하면서 변호인 측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27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 심리로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박모(51)씨의 항소심 2차 공판에서 검찰은 피해자 신체와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에서 검출한 미세섬유와 박씨의 옷과 박씨 택시 안에서 검출한 미세섬유를 새로운 방법으로 비교 분석한 법화학 감정서와 유전자 감정서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택시기사였던 박씨는 지난 2009년 2월 1일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고내봉 인근 도로에서 보육교사 이모(당시 26세·여)씨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히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10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경찰이 지난 2018년 범인을 박씨로 지목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씨는 사건 발생 초기에도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2018년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피해자의 신체와 옷에서 검출된 섬유가 박씨가 입은 옷의 섬유와 박씨 택시 안에서 발견된 섬유와 유사하다는 감정 결과를 토대로 박씨를 붙잡아 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면섬유의 특성상 피해자 옷과 신체에서 발견한 섬유와 박씨 옷과 택시에서 검출한 섬유가 서로 동일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날 새로 제출한 증거가 앞서 1심에서 제시된 것보다 증거 가치가 더 높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심 증거는 피해자 옷 섬유에서 피고인 옷 섬유와 유사한 조직을 찾아 확보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피해자의 옷을 15군데로 나눠 이 15군데에서 무작위로 채취한 섬유와 피고인의 옷 섬유를 서로 비교 분석하는 것을 증거를 제출했다"면서 "증거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1심 증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택시 안에서 발견한 섬유도 다른 승객 것일 수 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6월10일 3차 공판을 열어 검찰이 제시한 추가 증거를 채택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만약 변호인 측에서 해당 증거를 부동의할 경우 검찰은 증인 신문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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