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서 학원으로 몰린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학원일수록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큽니다."
제주시에서 30년째 피아노 학원을 운영 중인 A씨는 신종플루, 메르스 등 수차례의 감염병 사태를 겪었지만 학원 운영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 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처음이라고 했다. A씨가 정부 권고에 따라 2월 25일부터 2주간 휴원한 후 다시 문을 열었을 때 학원을 찾은 원생 수는 절반으로 줄어 있었다. 이후 A씨는 제주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휴원과 재개원을 반복하는 일상을 보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원생 수, 월 매출은 이전보다 60%까지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예체능, 개인 교습소 등 '동네 학원'들은 코로나19에 큰 타격을 받은 이유 중 하나로 확산 시기도 꼽았다.
매년 2월은 개학을 앞둔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학원들이 열을 올리는 시기이다. 제주에서는 2월 20일 첫번째 확진자가 나온 후 잇따라 추가 확진가 발생했는데 하필 모집 시기와 겹쳤다. 이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신규 학생 모집은 엄두도 못냈다고 한다.
대형 입시학원이나 스타 강사가 소속된 학원들은 온라인 수업을 시도하는 등 틈새를 공략할 수 있지만 소규모 영세 학원들은 그럴 여력마저 없었다. A씨는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인 예체능 과목 등 입시와 거리가 먼 학원일수록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고 토로했다.
수입은 절반 이상 줄었지만 건물 임대료, 인건비, 차량 유류비 등 고정 지출은 꼬박꼬박 나갔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몇 개월 치를 미리 등록해 둔 원생들에게는 학원에 못 나온 일수만큼 수강료를 다시 돌려주고 있다.
제주시에서 1인 영어 교습소를 운영 중인 B씨는 줄어든 소득보다도 코로나 사태 이후 학원에 대한 불편한 시선 때문에 더 힘겹다고 했다. B씨는 "언론이나 인터넷 카페에서 학원이 방역에 취약하다는 등 (학원 입장에서) 억울한 이야기들이 많이 떠돌고 있다"며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방역활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고 지자체 합동 점검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25일 제주도학원연합회에 따르면 도학원연합회에 가입한 500여개의 학원 중 코로나 여파로 70%의 학원이 휴원·재개원을 반복했다. 평균 월 매출은 30~40% 줄었다.
도 학원연합회 관계자는 "주로 유치원생, 초등 저학년 등 어린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들의 피해가 크다"며 "주로 1년 단위로 임대료를 계산하기 때문에 폐업한 학원은 거의 없지만, 코로나가 사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폐업하는 학원도 속속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