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제주의 봄에 피워낸 꽃

침묵하는 제주의 봄에 피워낸 꽃
김현숙 열네 번째 개인전 5월 16~29일 아트인명도암
가늘고 고운 붓질에 환한 꽃세상… 코로나가 바꾼 화면
  • 입력 : 2020. 05.13(수) 18:03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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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의 '화란춘성(花爛春城)-침묵하는 봄' 출품작.

어찌 이런 봄날이 올까 싶었다. 봄이 어떤 계절인가. 언 땅을 뚫고 돋아난 초록싹들이 자라 온갖 빛깔의 꽃을 피워내는 날들이 아닌가. 손꼽아 때를 기다려 산으로 들로 꽃구경 떠나던 봄날이건만, 우리는 사람이 몰릴까 두려워 이 봄에 꽃밭을 갈아엎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질병이 바꿔놓은 세상이다.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는 행사나 모임들이 일제히 중단됐고 저마다 자기만의 생활 공간에서 감염의 공포를 벗어나려 애써왔다. 이 시기에 화가 김현숙은 붓을 들고 낯선 일상을 견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편으론 고독과 마주해야 하는 작업에는 최적의 시간이었다는 그가 이 시절에 창작한 작품들로 바깥 나들이에 나선다. 이달 16일부터 29일까지 제주시 봉개동(명림로 209) 아트인명도암에서 열네 번째 개인전을 연다.

이 전시에 붙여진 제목은 '화란춘성(花爛春城)-침묵하는 봄'이다. 5월 개인전을 일찍이 예정했지만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코로나19라는 질문이 하나 더 작가에게 던져졌고 그는 봄이되 봄이 아닌 현실을 빗대 그같은 이름을 지었다.

김현숙 작가에겐 흔히 '꽃의 화가'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데, 이번 역시 화면 가득 꽃이다. 그러나 예전의 꽃이 아니다. 굵은 붓질보다 가늘고 고운 터치가 많아졌고 그러다보니 형태가 작아졌다. 그는 "작가정신 운운하며 고민했던 일들이 멈춤의 시간을 맞으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며 "세상의 전부 같던 것들이 별게 아니고 무심했던 소소한 것들이 귀하게 다가왔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작가가 맛깔나게 적어놓은 전시 소개글에 이런 문장도 보인다. "가두어놓은 몸과 마음의 무게를 색으로 훨훨 풀어내고 나니 온 천지가 꽃밭이 되었다."

제주도립미술관장, 제주미술협회 회장을 지낸 작가가 3년 만에 펼치는 개인전으로 100호에서 4호까지 20여 점이 나온다. 문의 064)727-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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