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라는 형식 벗어나려 했던 '폭풍의 화가'

'제주'라는 형식 벗어나려 했던 '폭풍의 화가'
70년에 걸친 작품 세계를 망라한 변시지 화집 누보서 발간
180여점 중 절반 이상 미공개작… 육성 바탕 작품 세계 살펴
  • 입력 : 2020. 04.22(수) 18:19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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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시지의 '자화상'(1994)

"사람들이 나를 가리켜 제주도를 대표하는 화가라 한다. 제주도의 그 독특한 서정을 표현하려 무던히 애써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진정으로 내가 꿈꾸고 추구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제주도'라는 형식을 벗어난 곳에 있다."

생전에 변시지 화백(1926~2013)은 이런 말을 했다. 고인은 한라일보 갤러리ED 개관 초대전 작가 중 한 명인데, 이 전시에 붙여진 '제주, 제주 너머'란 제목과 잇닿는 대목이다. 바다, 초가, 돌담, 조랑말 등 이 섬이 품은 특수한 소재를 붙들었으면서도 제주 너머로 보편성을 획득해갔던 그의 작품 세계를 집약해놓은 화집이 나왔다. 누보에서 펴낸 '바람의 길, 변시지'다.

이 화집은 연대순으로 짜여졌다. 20대를 보낸 일본시절(1943~1956), 비원파로 알려진 30~40대 서울시절(1957~1974), 50대 이후의 제주시절(1975~2013)이다. 제주시절은 다시 초기·중기·후기로 나눠 변천사를 살폈다.

변시지의 '난무'(1997).

70년에 걸친 작품 세계의 변화와 특징을 담아낸 화집은 그동안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후기 작품과 작고 직전 미완성작까지 망라했다. 수록작품 180여 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그림들이다. 황토색 화풍이 확연해지는 과정의 시기별 대표작은 물론 수묵화 작품도 다수 실렸다. 특히 변 화백이 남겨놓은 글이나 말을 통해 그의 생생한 목소리로 작품 세계를 되살리려 했다. 기고문, 채록, 작가노트, 육성기록이 그것이다.

2년 여의 작업 끝에 화집을 발간한 (주)누보 송정희 대표는 "폭풍의 화가로 알려진 변시지의 작품세계에 나 스스로가 매료된 시간들이었다"며 "미술계의 보편적 흐름을 거스르며 전개되었던 그의 독자적 작품세계와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그만의 색을 찾기 위한 구도적 자세를 평생 견지했던 예술가의 삶이 제대로 조명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약 250쪽 분량으로 묶인 화집은 제주돌문화공원 내 문화공간 누보, 서귀포시 기당미술관, 서울S 팩토리 변시지 아트라운지 등에서 구매(7만원) 가능하다. 온라인에서도 판매 예정이다. 구입 문의 064)727-7790, 010-5011-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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