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왜 한국은 코로나19 진단 강국 됐나' 조명

로이터 '왜 한국은 코로나19 진단 강국 됐나' 조명
"설연휴 서울역 모인 제약사 1주일만에 진단키트 승인"
"환자 4명 때부터 신속 행동…비슷한 시기 미국 압도"
  • 입력 : 2020. 03.19(목) 16:19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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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1월27일 귀경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서울역 안쪽 회의실에서는 보건당국 관리들과 20개가 넘는 제약회사 대표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중국에서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당국이 제약사들을 '호출'한 자리였다.

 당시 국내 확진자는 4명에 불과했지만, 보건당국은 제약사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즉각 탐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진단시험이 필요하다'며 다급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신속한 승인 약속도 잊지 않았다.

 이 약속은 거짓이 아니었다. 한 제약회사가 처음으로 진단검사법을 개발해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은 이날 회의로부터 불과 일주일 뒤였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어떻게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진단검사에서 미국을 압도했나'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코로나19 검사능력 구축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상원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진단관리과장은 로이터에 "아주 긴장한 상태였고, 팬데믹(대유행)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마치군대처럼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 시기 한국에서는 4명의 확진자만 발생한 상태였다.

 당국은 이로부터 일주일 뒤에 한 제약회사가 개발한 진단검사를 승인했고, 2월 말에 이르러서는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선별 진료소까지 도입됐다.

 이혁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감염관리이사도 "정부가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1주일 만에 승인된 진단키트가 당연히 1년 동안 시험을 거친 것처럼 (품질이) 훌륭할 순 없다"면서도 이후 정부가 초기 진단검사의 정확도를 판단하기 위해교차 점검을 했고, 정확도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한국의 신속한 대응이 미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고 비교했다.

 한국은 보건당국의 긴급 소집회의가 열린 지 7주 만에 29만명이 넘는 이들이 검사를 받아 8천여명의 확진자를 가려냈고, 이제 신규 확진자는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반면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미국은 여태까지 한국에 전혀미치지 못하는 6만 건의 진단검사를 시행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정부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감염됐으며, 어디에 감염자가 집중돼 있는지 등 바이러스 억제에 결정적인 정보를 놓치게 됐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로저 클레인 전 미국 보건복지부(HHS) 임상검사 자문관은 "(바이러스 감염을) 보지 못하면, 싸울 수 없다"며 미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미국의 감염병 전문가와 의사, 관료들은 양국 공중보건 체계의 차이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간결한 체계를 가진 한국이 과감한 지도력으로 긴장감을 유지한 반면, 미국은 복잡한 체계에 소극적 대응 방식까지 겹쳐 큰 차이가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한 전문의는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의료진조차 검사를 받을수 없다며 "희극 속에 사는 것 같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는 또 한국이 미국과 달리 검사 대상을 대폭 확대한 점도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꼽았다.

 미국은 중국이나 특정 지역에 직접 다녀왔거나, 이들과 접촉한 이들에게만 보수적으로 검사를 시행했다.

 그마저도 진단검사의 정확성을 두고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다가 초기'골든타임'을 놓치게 됐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실제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월 말까지도 새로운 진단 키트를 일선 현장에 보내지 않았다.

 로이터는 미국 규제 당국이 관련 정책을 수정할 동안 한국의 지방정부는 길가에서 선별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왜 우린 한국과 같은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갖고 있지 않느냐"며 노골적으로 미국 정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전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외신의 '칭찬 릴레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기사에서 한국과 홍콩 등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겪었던 아시아 국가들이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사태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특히 한국이 진단검사에 있어 '상징적인' 국가라고 묘사했다.

 한국은 2012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진단키트 부족으로 상황이 악화했던 아픈 경험을 교훈삼아 진단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WP는 설명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중앙정부가 엄격히 통제한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이 '비상 사용 승인'을 통해 이를 민간 영역에 개방했다고 소개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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