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비례 공천 갈등 '점입가경'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비례 공천 갈등 '점입가경'
황교안 "약속을 쉽게 저버리는 정치인"…제2의 비례정당 '만지작'
대표적 친황인사 한선교, '공천사태'로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
  • 입력 : 2020. 03.19(목) 12:33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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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그의 최측근인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에서 통합당 영입 인재들이 대거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고,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황 대표에 맞서 한 대표가 '최소 수정'으로 버티기에 나서며 벌어진 일이다.

 가장 믿는 사람에게 '배신' 당한 꼴이 된 황 대표는 이제 한 대표를 '잘라내는'결단까지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친황'(친황교안) 인사로 꼽힌다.

 성균관대 물리학과 78학번 한 대표는 법학과 77학번인 황 대표의 동문으로, 작년 2월 말 황 대표 취임 직후 '1호 인선'으로 사무총장직을 꿰차며 명실상부한 '오른팔'로 부상했다.

 이들의 관계는 작년 6월 한 대표가 돌연 사무총장직을 사퇴하면서 한 차례 균열이 갔다는 평가다.

 대외적으로는 '건강상 문제'가 사유였지만 당시 한 대표가 당직자에게 폭언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기자들을 향해 '걸레질을 한다'고 해 구설을 빚어 경질됐다는 시각이 많았다. 한 대표가 당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뒤 항명의 의미로 사표를 냈다는 말도 있다.

 이 같은 갈등설은 올해 2월 3일 한 대표가 미래한국당 대표로 지명되면서 불식되는 듯했다. 독립정당으로 출범하는 미래한국당이 총선 이후 합당을 거부하는 등 '배신'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가장 믿을 수 있는 인사'를 앉히기로 한 결과가 바로 한 대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선을 치르기도 전 벌어진 이번 사태로 이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모습이다. 당내에선 '노련한 4선 한 대표에게 정치 초년생 황 대표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평가와 함께 황 대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주위에 상당한 배신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 황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치는 약속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의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고 썼다. 사실상 한 대표를 겨냥한 말로 해석됐다.

 그는 "약속을 쉽게 저버리는 정치인을 보면서, 약속을 바위처럼 무겁고 들풀처럼 겸손하게 하자고 스스로 다짐한다"라고도 했다.

 황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통합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정면 비판하며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미래한국당 지도부를 형식적으로 존중해 물밑조정에 주력했다면 이날 오후 예정된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순번 투표를 앞두고는 부결을 포함해 직접적 제지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한 셈이다.

 선거인단은 미래한국당 당원 100명으로, 대부분 통합당 출신이라 황 대표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분석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인단 투표가 부결된 이후 한 대표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라는 사퇴 압박이 쏟아질 것"이라며 "사퇴를 거부한다면 미래한국당을 버리고 제2의 비례정당 창당에 빨리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파견' 보냈던 통합당 의원들과 당직자를 제2의 비례정당으로 다시 이동하게 된다. 모체로부터 버려진 미래한국당과 한 대표를 고사(枯死)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황 대표의 결단만 남은 상태"라고 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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