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환자 이송중 사고 낸 구급대원 사법처리되나

제주서 환자 이송중 사고 낸 구급대원 사법처리되나
제주동부경찰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 검찰 송치
환자 사망·사고 인과 관계 없지만 보호자 상해에 혐의 인정
  • 입력 : 2020. 03.17(화) 18:05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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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제주지역에서 60대 응급환자를 태우고 구급차를 몰다 교통사고를 낸 119구급대원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60대 응급환자는 사고 이틀 뒤 숨지고, 함께 구급차에 탔던 환자 보호자는 크게 다쳤는데, 경찰은 이중 환자 보호자를 다치게 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소속 구급대원 A(35·소방교)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최근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가 운전하는 구급차는 지난해 12월12일 오전 6시28분쯤 의식을 잃은 B(당시 61세)씨를 싣고 병원으로 가던 중 제주시 오라2동 오라교차로에서 승용차와 충돌했다.

 사고는 A씨의 신호 위반 때문에 발생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과 인근 CC(폐쇄회로)TV 영상 등을 토대로 구급차가 빨간불에 교차로로 진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애초 A씨는 B씨를 태우고 제주시 아라동 모 종합병원에 도착했지만 병상 부족으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자 운전대를 돌려야했다. A씨는 다시 급히 구급차를 몰아 제주시 연동의 한 종합병원에 가던중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B씨 보호자와 구급대원을 포함해 모두 4명이 다쳤다. 이중 B씨는 사고 이틀 뒤인 그달 14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그동안 경찰은 A씨의 신병 처리방향을 놓고 고심해왔다. 도로교통법상 구급차, 소방차 등 '긴급 자동차'는 긴급상황 시 신호·속도 위반을 해도 처벌 받지 않지만 A씨 사건은 교통 사고를 일으킨 경우라서 이야기가 달랐다. 교통사고 처벌 기준을 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는 도교법과 달리 긴급 자동차의 면책 규정이 없다.

다만 경찰청은 내부 지침을 마련해 긴급자동차가 긴급한 용도로 운행 중 교통사고를 내 정당행위가 인정되면 불입건하도록 규정했다.

경찰이 정한 정당행위 기준은 긴급성과 정당성, 상당성, 법익균형성, 보충성 등 5가지로 구분된다. 그러나 이 내부 지침은 형법상 위법성이 조각되는 긴급자동차의 정당행위 기준을 경찰이 자체적으로 정한 것에 불과해 법률적 근거를 갖춘 것은 아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경찰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B씨의 사망 원인과 교통사고 사이의 인과 관계도 주요한 쟁점이었다. B씨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이라면 A씨에게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 치사 혐의가 적용 될 수 있었다. 경찰은 이 쟁점을 확인하기 위해 B씨를 부검한 결과 '당시 교통 사고가 B씨의 사망원인이 아니다'라는 부검의의 소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B씨 보호자는 교통사고 때문에 다친 것으로 드러났고, 부상 정도도 전치 10주의 중상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 지침을 검토한 결과 A씨의 정당행위를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A씨 사건은 내부지침이 정한 상당성과 법익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응급환자를 긴급히 이송해야 해 신호를 위반한 사정은 인정되지만, 상대 차량을 발견했을 때 급히 제동하면 사고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상당성이 부족하고, 또 환자 보호자가 크게 다쳐 법익의 균형성 측면에서도 정당행위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8년 2월 긴급자동차가 사고를 냈을 때 운전자의 책임을 감면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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