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빚은 슬픔… "불효자는 웁니다"

코로나가 빚은 슬픔… "불효자는 웁니다"
요양원 출입 제한 때문에 88세 모친 임종 못지켜
해경 장남은 실종자 수색으로 바다서 소식 들어
  • 입력 : 2020. 03.11(수) 15:07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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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식 경감의 어머니 영정사진. 사진=고광식 경감 제공

코로나19가 부모 자식간 이별의 순간도 가로 막고 있다. 요양원에 대한 외부인 출입 제한이 내려지면서 자녀들이 어머니의 임종 순간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소속 고광식 경감은 지난 7일 오후 11시쯤 제주의 한 요양원에 있는 88세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고 경감은 불에 타 침몰한 서귀포선적 어선 307해양호(29t·승선원 8명)의 실종자 수색을 위해 제주 우도 남동쪽 약 100㎞ 해상에 있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결국 8일 새벽 고 경감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바다 위에서 들었고, 이날 낮 12시가 돼서야 이미 생을 떠난 어머니를 볼 수 있었다. 뭍에는 4명의 동생들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외부인 면회가 제한되면서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주변에 부고를 알릴 때는 '코로나19로 인해 찾아뵙지 못한다고 해도 마음으로 간직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붙여 보내야 했고, 화장이 이뤄지는 양지공원에서는 체온측정과 손 소독까지 진행되면서 죽음의 순간에서도 코로나19의 영향이 느껴졌다.

 

생전 사용했던 해녀복과 도구. 사진=고광식 경감 제공

고 경감은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먼 바다에 나와 있어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어머니에게 날씨가 따뜻해지면 나들이를 하자고 했었는데, 이제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돼버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고 경감은 "9년 전 파킨슨 병이 오기 전까지 어머니는 해녀였다. 어머니가 물질을 하기 위해 경남 삼천포로 향할 때 함께 따라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부디 저 세상에서는 아프지 말고, 자식만 걱정하지 마시고, 어머님이 하고 싶은 것 하시면서 지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제주도내 노인장기요양기관 58개소(제주시 40개소·서귀포시 18개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22일까지 휴원이 권고돼 ▷외부인 출입금지 ▷종사자 외부 출장·교육·여행 전면 금지 ▷거주 실별 급식 배식 ▷집단급식시 개인용 식기 사용 ▷촉탁의 검의 ▷실시간 검진 모니터링 등의 조치가 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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