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증 입국 중단 한달 제주관광 '고사 위기'

무사증 입국 중단 한달 제주관광 '고사 위기'
중국인관광객 94% 감소.. 내국인 포기 동참 전체 44% 줄어
항공사 절체절명·호텔 '개점휴업'·면세점 '무급휴직 장려'
  • 입력 : 2020. 03.03(화) 14:08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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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제주지역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 중단조치가 한 달째를 맞고 있다.

 이상 기온 현상에 포근했던 겨울을 지나 어느새 봄에 들어섰지만, 제주의 관광산업은 그 어느때 보다도 추운 한파를 맞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는 입춘인 지난달 4일부터 코로나19 위기가 사그라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제주의 무사증 입국을 중단했다.

 그 여파는 거셌다.

 도와 제주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3월 1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모두 64만3천489명(내국인 61만7천52명, 외국인 2만6천437명)이다.

 이중 중국인은 4천3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3천78)과 비교할 때 94% 줄어들었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 중 가장 많은 비중(2019년 기준 98%)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사실상 끊긴 셈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내국인마저 제주 관광을 포기하면서 결국 전체 관광객은 전년(115만6천37명)보다 44.3%(51만2천548명)나 줄어들었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피해가 항공사와 여행사, 숙박업소, 전세버스·렌터카, 식당, 면세점, 관람·이용시설 등으로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와 중국을 잇는 18개 직항 노선 운항은 제주 무사증 입국 중단 조치와 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하면서 지난달 16일 완전히 끊겼다.

 최근 중국 민영 저가항공사인 춘추항공(春秋航空)이 제주-중국 상하이 노선 운항을 재개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본국으로 돌아가는 중국인 등을 위한 임시운항이었다.

 인바운드(외국인 방한객)와 아웃바운드(내국인 출국)를 가릴 것 없이 여객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항공업계는 벼랑 끝 생존 위기에 몰렸다.

 제주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예약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봄철 예약된 제주 수학여행을 가을로 연기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노선 운휴, 임원 사표, 임금 반납 등 특단의 조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결국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LCC 6곳이 지난달 28일 공동 건의문을 통해 "지금 LCC는 작년 일본 불매 운동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정부에 무담보·장기 저리 등 조건을 대폭 완화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도내 중소형 호텔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제주 무사증 입국제도 시행이 일시 중단되면서 객실 가동률이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도내에서 숙박업을 하는 A(51)씨는 "제주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확진자가 없는 편이지만, 잠잠해질만 하면 도내 확진자가 한명씩 나오고 있다"며 "전국적으로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는 한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관광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55)씨는 "이렇게까지 손님이 없던 적은 처음이다. 인건비 부담으로 아르바이트생 없이 가게를 운영한 지 오래됐다"며 "매일 파리만 날리다 보니 임대료 걱정에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벅차다"고 토로했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면세점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중국인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일시 휴점하기도 했던 도내 면세점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도내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70∼80% 줄어들어 전기세도 안나올 상황"이라며 "3월들어서는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주까지는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있었지만 이번주부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마저도 끊기게 됐다"며 "앞으로 상황이 더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제주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연구원은 지난 2월 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액을 전망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오는 6월까지 이어진다면 연간 최대 350만명의 관광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인한 피해액은 1조5천억원에 달하며, 이는 2018년 제주관광산업 매출액 6조5천억원의 23% 수준이다.

 제주연구원 측은 "해당 수치는 어디까지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하기 전 상황에서 예측한 피해액"이라며 "하루에도 확진자가 수백명씩 증가하는지금 상황에서 그 피해액은 훨씬 늘어날 수 있다. 피해액을 다시 추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을 3월 중에 잡고 최대한 빨리 안정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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