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가 이슈&현장] 무형문화재 전수관 활성화 어떻게

[제주문화가 이슈&현장] 무형문화재 전수관 활성화 어떻게
마을 전수관 사각지대… 도 지정 절반 넘게 미입주
  • 입력 : 2020. 01.28(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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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직영·위탁 공간 5곳
국가 지정은 모두 입주 반면

도 지정 종목 전승 시설 취약
구억 등 마을 운영 전수관은
별도 지원할 근거없어 어려움

2004년 제주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을 시작으로 하나둘 생겨난 제주 지역 무형문화재 전수관. 제주도에서 직영하거나 단체 또는 보유자에 민간 위탁한 경우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마을에서 운영하는 공간들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시설은 종목에 맞는 전승 활동이 어려운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험관 별도 갖췄지만 활로 찾기 한계=지난 23일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마을 안길로 향하는 동안 '옹기마을' 구억리를 알리는 안내판과 허벅 조형물이 곳곳에 보였지만 옹기를 주제로 들어선 공간들엔 찬기운이 돌았다. 구억마을 전통옹기전수관은 문을 열어놓았지만 내부엔 흙으로 빚어놓은 도기 모형만 가득했다. 전수관 인근에 농협 창고를 새로 고쳐 조성한 옹기체험관은 아예 문이 잠긴 상태였다.

이중에서 옹기전수관은 민간자본보조 사업으로 5억원 규모를 투입해 2012년 준공했다. 구억리에 제주도기념물로 지정된 돌가마인 검은굴과 노랑굴이 있는 만큼 제주전통옹기를 전승하겠다는 마을의 의지를 살려 제주도에서 공사비를 댔다.

전수관을 대정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으로 키워가겠다며 건립됐지만 최근엔 간신히 지탱하고 있다. 옹기전수관은 지난해까지 9기 수강생을 배출했는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상시 체험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싶어도 마을 재정 여건상 추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할 형편이 안된다. 마을회가 옹기전수관과 체험관을 소유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활로 찾기에 한계가 있다. 더욱이 제주도 옹기장 종목은 분업화된 제작 특성을 감안해 굴대장, 질대장, 도공장, 불대장으로 분야를 구분해 보유자를 인정하기 때문인지 옹기전수관을 주축으로 한 전승자들의 구심력도 취약하다.

▶"미입주 종목도 지원 가능하도록 노력"=도내 무형문화재전수관 중에서 제주도가 직영하는 곳은 제주시무형문화재 전수관, 성읍무형문화재종합전수교육관 2곳이다. 갓전시관, 제주불교의식전수회관, 제주칠머리당영등굿전수관 3곳은 제주도가 민간에 위탁했다. 2019년 12월 현재 이들 무형문화재 전수관엔 국가 지정 5개 종목 모두 입주한 반면 제주도 지정 종목은 전체 22개 중 8개만 입주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옹기전수관, 덕수리민속공연장, 귀리겉보리농사일소리 전수관까지 합쳐도 제주도지정 기·예능 입주 종목은 절반에 못미친다. 그마저 직영이나 민간 위탁이 아니면 지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마을 운영 전수관들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무형문화재 전수관 활성화 필요성은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다. 제주도에서 전수관을 직접 방문해 보유자를 만나 운영의 어려운 점을 파악하는 등 실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일도 있다. 제주도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도 직영·위탁 전수관을 중심으로 오는 3월부터 문화예술교육사를 배치해 공간을 상시 개방할 예정"이라며 "미입주 종목도 공공시설을 이용하거나 문화재 활용 사업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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