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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새해의 덕담과 다짐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0. 01.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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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들에게 2020년은 공상과학(SF)영화에서 먼 미래의 시간으로 설정되어 언제나 까마득한 시간으로만 생각했었다. 핵전쟁으로 지구가 황폐화가 되고, 인간이 컴퓨터에 의해 조종 당하거나 화성 유인탐사선이 왕래하는 시간적 배경이었다. 이런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장면을 오늘의 현실 위로 겹쳐보면 많은 부분들이 비슷하면서도 또 많이 다르다. 특히 인류의 삶은 영화와 비교하면 아직도 원초적이다. 아니, 따뜻하다.

지난해, 나라 안팎으로의 많은 일들은 시민들을 거리로 나서게 하며 흥분하게 하고 외치게 했다. 제주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아직도 도청과 도의회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갈 정도로 복잡한 일들이 도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비록 교육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합리적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주창(主唱)하고 외면하면서 팽팽한 긴장으로 설날을 맞이할 것만 같다.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덕담 한 마디와 새해 다짐들을 생각해본다. 마흔이 되면서도 아직 결혼하지 않은 조카의 마음 안으로도 들어가서 그럴 만한 것들을 찾아보고 싶다. 지난해의 일들을 생각하며 술은 특별한 날에 한두 잔으로 만족하고 담배는 끊고 싶다. 덕담이 연하장에 한자로 사자성어를 적어 보내는 인사치레가 아니라 다가서는 온전한 마음의 한 조각이고 싶다. 비록 다짐이 며칠에 그쳐 해마다 반복되는 주기전승일지라도 멀리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최남선(崔南善)은 덕담을 '이제 그렇게 되라'고 축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벌써 그렇게 되었다니 훌륭하다'라고 전하는 것이 덕담의 특색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금년에는 제발 결혼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이라고 하는 것보다, '무엇보다 건강한 모습 참 보기 좋다, 얼굴빛이 밝아서 참 고맙다'하는 식으로 마음을 전해주는 일이다. 우리 조상들은 음성 내지 언어에 신비한 힘이 들어 있어서, '무엇이 어떻다'하면 말 자체가 그대로 실현되는 영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으므로 덕담은 곧, 이러한 언령적(言靈的) 효과를 기대한 데서 생긴 세시풍속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야를 밝히는 시간에,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새해 아침에 굳은 다짐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부족하고 아쉬웠던 일들은 소지(燒紙) 의식으로 모두 지울 수는 없어도 묻어가거나 지워나가기도 한다. 진정한 아름다움과 가치는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므로, 지난해가 아니었다면 올해 그리고 다음해로 이어지는 마음의 운용, 믿음으로 미루어나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조급함으로는 맹목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을, 제주도의 환경 문제를 그리고 다양한 문화·예술의 표현들을 바라보며 찌푸리거나 비아냥거렸다면 덕담을 품은 마음으로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해 다짐으로 늘 고운 방향의 길을 생각했으면서도 날카로움만 내세웠기 때문이다. 오늘, 덕담을 생각하며 새로이 가져보는 다짐은 소박하지만 따뜻함이다.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다가가서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는 설날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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