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핀 그릇에 '제주를 사는' 당신의 안녕 기원

모란 핀 그릇에 '제주를 사는' 당신의 안녕 기원
김윤주 개인전 '무사(無事)' 1월 한달간 아트 인 명도암
  • 입력 : 2020. 01.06(월) 18:35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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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의 '무사-담다'.

그는 3년 전까지 '경단녀'였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쳤지만 결혼과 육아로 더 이상 붓을 잡기 힘들었다. 다시 작업을 시작한 건 아이 둘이 차례로 대학에 입학하면서다. 1993년 개인전을 끝으로 오랜 기간 휴식한 뒤 약 25년이 흘러 2017년에 다섯 번째 개인전을 펼친 배경이다. 그 해부터 거침이 없었다. 2018년 한해에만 다섯 차례 전시를 가졌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둥지를 틀고 1년 째 제주살이를 이어가고 있는 김윤주 작가. 그가 강부언 작가가 운영하는 제주시 봉개동 '아트 인 명도암'에서 열두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3년 전부터 붙들어온 '무사(無事)' 연작으로 채워졌다. 2층 갤러리에 소품 위주로 걸린 그의 작품엔 엄마로 보낸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아무일 없이 지내는 이 시간이 그저 고맙고 행복하다. 내 아이와 함께했던 벼락과 천둥의 지고한 시간들은 지금 이 상자 속에서 모든 이들의 무사를 간절하게 기도하며 모란처럼 활짝 핀 만족과 이해가 삶의 흐름의 한 부분이 되길."

작가 노트에 살림을 살아야 하는 '여성' 작가의 고단함이 읽힌다. 뒤돌아보면 위태로운 순간이 많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그 일상을 건너왔다. 그래서 감사하다는 작가는 작품에 그 마음을 실었다.

그는 세월의 지혜를 품은 듯한 오래된 나무판을 재료로 쓴다. 그릇, 등, 가구 형태 등을 모시천으로 제작한 후 먹물과 안료로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비즈와 수를 놓았다. 김 작가는 무언가를 담는 그릇이나 가구 등에 풍요와 다산을 뜻하는 모란, 장수와 건강을 의미하는 거북이를 그려넣었다. 새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그릇이나 가구에 놓인 그같은 복된 기운을 꺼내가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2일 시작된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64)727-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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