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래 제주도박물관장 "마니아·고정층 확보 첫발"

노정래 제주도박물관장 "마니아·고정층 확보 첫발"
[2020 신년사] "사랑의 고백 코너 두고 전시장 설명 대폭 교체"
  • 입력 : 2020. 01.06(월) 16:43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누구든 새해가 되면 희망이나 계획을 한둘 쯤 마음에 품습니다. 민속자연사박물관 역시 보물섬 제주의 가치를 담아낼 새로운 계획을 여럿 세워 놨습니다. 박물관의 고유 기능인 민속 및 자연사 자료를 수집, 소장, 전시 및 교육은 물론 박물관이 휴식의 공간으로도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한 발 한 발 나가려 합니다.

2019년 사회교육 프로그램 중에서 박물관 아카데미 '제주다움'의 인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게 교육 시간을 수요일 밤에서 토요일 오전으로 옮겼습니다. 매주 지속되며 제주를 속속들이 들여 다 볼 수 있게 실내 교육과 현장 탐방을 병행해서 운영합니다. 학생은 물론 보물섬을 더 알고 싶은 성인, 제주로 이주해 온 새내기 도민과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육비가 무료라 꿩 먹고 알 먹고 입니다. 그 외 17개 주제의 사회교육프로그램이 개설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연간 약 45만 명이 찾는 명소입니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오느냐에 따라 관람객 숫자가 들쑥날쑥합니다. 그래서 관람객중 두터운 마니아와 고정층이 필요합니다. 올해부터 이들을 불러들이려고 첫발을 뗍니다.

'사랑의 고백' 코너를 만들어 연인끼리 사랑을 고백할 공간을 마련합니다. '사랑 고백 메시지'를 쓴 후 직접 전시물(사랑의 트리)에 붙여 주면 박물관에서 한 달가량 전시합니다. 그런 후 수장고에 보관합니다. 사랑을 고백한 후에 인연을 이어가게 하려는 의미로 2년 후에 다시 전시합니다. 2년 후에 다시 우리 박물관에 와서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함으로써 의미가 곱절로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울러 박물관 본관 전광판에도 사랑을 고백하는 장을 마련합니다. 매표소에서 신청하면 본관 계단을 올라갈 무렵 사랑 고백이 전광판에 뜰 것입니다. 말하자면 깜짝 이벤트입니다.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 퐁네프다리 센강의 9번째 다리에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며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는 센 강에 던져 영원한 사랑을 기약하는 의미로 '사랑의 자물쇠'로 유명해졌습니다. 우리 박물관 '사랑의 고백'도 센 강의 '사랑의 자물쇠'처럼 유명세를 얻을 것을 상상하니 신혼부부의 첫날밤처럼 은근히 설렙니다.

올해 첫 시도인 '사랑의 고백'은 관람객에게 박물관의 문턱을 낮추는 시도입니다. 박물관을 통해 선남선녀의 인연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과 훗날 태어난 아이와 함께 박물관에 다시 방문하길 바라는 의미로 시작하는 일입니다.

박물관의 꽃은 학예업무입니다. 2020년엔 전시장의 설명이 확 바뀝니다. 민속 전시실은 제주도 조상의 지혜와 슬기 측면에서 재조명합니다. 자연사 전시실은 자연환경 변화에 적응, 공진화와 공생 및 진화적 측면에서 재구성합니다. 학예사의 폭넓은 식견과 지식이 설명 판에 녹여질 것입니다.

학예연구 기능의 전문성 강화 및 학술교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입니다. 이에 역사자료 총서인 '이형상 목사 탐라록' 번역집 발간, 맹금류 학술보고서 '제주의 매와 물수리' 발간, '제주인의 삶과 도구'인 남원읍편 발간, 그리고 국가생물 다양성 기관연합 공동학술조사에 참여하여 박물관의 기능을 다 할 것입니다.

올해 세 가지 특별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별전시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시 관람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특별전시실 전시공간부터 개선할 것입니다. 첫째, 해양생물 특별전인 광어 이야기. 둘째, 제주도 돌 이야기. 셋째, 2019년 수집 및 기증 자료를 공개하는 전시회입니다. 기회를 봐서 일부는 육지 관련 기관에 순회 전시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탐라문화제 등의 이동전시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학예사들이 전시물에 혼을 불어넣듯 준비하고 있어서 벌써 기대됩니다.

예술가와 작품 활동을 하는 아마추어가 작품을 전시 할 수 있도록 박물관 속 갤러리를 무료로 대관합니다. 도내 거주자나 제주특별자치도를 주제로 활동하는 분이라면 누구든지 가능합니다. 또한 박물관 운영 취지와 맞는 것이라면 협회든지, 단체든지 모두 가능합니다. 문화 확산과 정착에 기여할 것입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학예 업무에 관심이 있는 어린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명예 학예사'를 분기별로 모집해 수여 할 예정입니다. 어린이 명예 학예사들이 학예 관련 분야는 물론 유사 분야에 관심의 끈이 이어져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태어나길 희망하면서 이 업무를 기획했습니다.

문체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박물관·미술관이 2013년에 911개에서 2018년에 1,124개로 숫자가 무려 3배나 증가했습니다. 2019년 4.5만 명 당 1개 관이지만 2023년까지 3.9만 명 당 1개 관을 목표로 박물관·미술관이 늘어 날 예정입니다. 그러면 OECD 국가 중에서 3.7만 명당 1개 관(2012년)인 영국과 비슷하게 됩니다. 다행인 것은 다른 지역보다 제주의 박물관과 미술관의 숫자가 훨씬 많습니다. 양적 증가와 더불어 질적 깊이도 깊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관람객에게 외면당하고 말 것입니다. 학예사의 지식의 폭과 관심의 영역을 넓히는 차원에서 2019년 12월에 1회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올해에도 지속, 확대될 것입니다.

2019년 12월 22일 비양도 주위에서 고래 한 마리가 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크기가 무려 12.5m에 무게는 12t입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참고래로 판명되었습니다. 참고래는 멸종위기 종으로 금전적 거래가 금지되는 종입니다. 이 참고래는 우리 박물관에서 머지않아 골격박제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올해 도정 첫 번째 목표가 '민생 경제' 입니다. 민생경제가 좋아질 수 있도록 우리 박물관 직원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박물관의 기능을 다 해 관광객이 제주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입니다. 우리 박물관은 원도심에 있습니다. 원도심 살리기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첫째, 목관아와 우리 박물관이 연계 티켓을 발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관광객이 원도심에 조금이라도 더 머무를 것이며 경제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학생들이 원도심을 공부하는 '내가 소개하는 원도심' 프로그램을 개설합니다. 일정기간 진행되는 교육이 끝난 후에는 원도심 해설사로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쌓일 것입니다. 셋째, 프리마켓을 운영합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 문화의 날입니다. 문화의 날 박물관 광장에 프리마켓이 열리며 박물관과 어울리는 상품들이 주인을 기다릴 것입니다.

민속 및 자연사 자료가 박물관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민속자료의 경우 주택의 현대화로 전통 가옥이 사라지고 날이 갈수록 민속자료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자료든지 매우 소중합니다. 다행히 기증해 주신 분들이 계셔서 숨통이 트이고 있습니다. 기증하셨던 분들이 자식만큼 소중히 다루고 간직하셨을 것입니다. 저희도 피붙이보다 더 소중히 간직해 여러 사람과 공유하겠습니다. 올해에도 아낌없는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도민 모두 소망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민속자연사박물관도 일 년 내내 희망을 노래하렵니다. 2020년 복 하영 받으십서예~.

<노정래 제주특별자치도민속자연사박물관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49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