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거렸던 발걸음 힘차게 내디뎌야…

주춤거렸던 발걸음 힘차게 내디뎌야…
[송년단상] 비움 없이 채우려고만 했던 기해년
현안 갈등 미해결… 네 탓 공방·경기침체로 암울
화합·공동의 선 실행 속에 현명한 선택의 기회도
  • 입력 : 2019. 12.31(화)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여느 해처럼 또 한 해가 바뀐다. 굳이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1년 내내 우리들에게 늘 역동적인 삶이었다. 그것이 만족과 불만족, 행복과 불행인지 느끼는 사람들의 차이일 뿐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문재인 대통령의 4·3 70주년 위령제에 참석한 이듬해여서 제주지역사회는 연초부터 기대감이 컸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도지사와 도의회 의원들 역시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예열을 마쳤기 때문에 위민(爲民) 도정과 의정을 바랐던 것도 분명했다.

연초 벽두 제주지방경찰청은 이상철 청장을 포함한 간부들이 4·3평화공원을 방문해 위령제단에 참배했다. 이 청장은 제주4·3이 새롭게 조명되고 상생을 위해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제주4·3 당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설(瑞雪)이 내린 것처럼 지역사회는 2018년의 아픈 기억을 다소나마 씻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더불어 제주출신 프로골퍼들이 PGA 무대에서 맹활약하며 '제주'를 전 세계에 알린 것은 답답하기만 했던 도민들에게 청량제가 돼 주는데 충분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밝은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차라리 나쁜 소식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여론까지 일었다. "올 한해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는 푸념섞인 목소리가 비등했기 때문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제주 제2공항 건설문제는 실타래를 풀기보다는 네 탓만 주장하며 오히려 더욱 엉키게 되면서 지역사회를 두 동강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는 갈등해소 문제를 제주도정에 맡긴 채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갈등국면을 해소하겠다고 나선 도의회는 집행부와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경기침체는 현실로 나타났다. 2018년 제주의 실질 GRDP는 18조8221억원으로 전년(19조1447억원) 대비 1.7% 감소했다. 2008년 이후 10년만의 일이다. 활황은 아니었지만 '제주 열풍' 등의 영향으로 나타났던 호조세가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 양질의 고급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구두선에 그쳤다. 1차 산업은 1차 산업대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겨울철 국민과일이라는 감귤은 바닥세의 가격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촉진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쓰레기와 하수처리난 등 생활환경 개선은 더디게 이뤄지면서 도민의 불만은 쌓여만 갔다.

제주4·3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배보상 등을 통해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발의된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 법률안은 또다시 국회에서 발목이 잡힌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는 말이 지나침이 없다.

이제 또 다른 한 해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했다'고 생각해야 새롭게 오는 해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비움없이 채움에만 몰두하지 않았나 곱씹어봐야 한다. 비워야 채워지듯이 우리 스스로 욕심을 버리고 화합을 통해 모두를 위한 '공동의 선'을 추구해야 한다. 간절하면 소망은 채워질 수 있다.

앞으로 100일 남짓 후면 나랏일을 하고 싶다는 인물들을 대상으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 누구를 뽑아야 앞으로 4년, 아니 10년 이상 제주의 미래가 나아질지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차선도 아니면 차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하는게 선거여서 더욱 그렇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그동안 '특별'하지 못했던 제주특별자치도에 얽매이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민들이 행복한 제주를 기약해 본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72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