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수처법 입장 번복 '언론플레이' 논란

검찰 공수처법 입장 번복 '언론플레이' 논란
일부 매체만 자료 전달…윤소하 "억지 부리지 말라" 비판
  • 입력 : 2019. 12.26(목) 17:50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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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관련한 검찰 입장이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에서 "수사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달라진 주장의 정당성을 떠나 중대한 국정 현안을 놓고 기존과 입장이 바뀌었다면 분명한 의사 표시를 위해 원칙에 입각한 공보활동을 해야 했지만, 검찰은 몇몇 언론에만 개별적인 입장 자료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검찰이 뒤늦게 공수처법 도입에 반발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막후에서 선별적으로만 '언론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수처 법안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공직자의 범죄 정보를 모두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부분이 독소조항이라는 취지의 설명자료를 전날 일부 매체에 전달했다.

 대검은 이 자료에서 공수처의 헌법적 위상을 문제 삼았다. "공수처는 반부패기구일 뿐 검경의 고위공직자 수사 컨트롤타워나 상급 기관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의 검찰이 공수처법 조항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검찰은 "국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란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합의안에 패스트트랙 원안에 없던 내용이 들어간 것을 지난 24일 오후 알게 되자 검찰 내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검찰은 검경이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경우 착수단계부터 해당 내용을 통보해야 하는 공수처법 제24조2항이 법안에 들어온 것을 확인 후 "검찰 기능과 역할에 중대한 지장을 주는 독소조항"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선 원안에 없던 조항이 들어간 데 대해 '뒤통수를 맞았다'는 격앙된반응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기류가 검찰 개혁 자체에 대한 저항으로비칠 가능성을 고려해 일선 검사들이 집단행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이번 검찰 개혁 법안들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방식도검토되고 있지만, 개혁 자체에 대한 저항으로 비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섣부른 반발이 조직에 대한 불신을 부른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검찰이 전날 일부 매체에 전달한 입장 자료에서는 공수처 법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대검은 이른바 독소조항이라는 부분과 관련해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장 내지 검사 임명에 관여하는 현 법안 구조에서 공수처에 사건을 통보하는 건 공수처의 수사 검열일 뿐만 아니라 청와대, 여당 등과 수사정보 공유로 이어져 수사의 중립성 훼손 및 수사기밀 누설 등 위험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우려가 이토록 심각해 입장을 바꾼 것이라면, 그 논리적 옳고 그름과 무관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과정이 투명해야 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대검은 전날 공수처 법안에 관한 입장 자료를 일부 매체에만 전했을 뿐 취재 기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배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매체에서는 공수처 법안에 관한 검찰의 바뀐 입장을 대서특필했지만, 다른 매체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공보에서도 재량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처럼 중대 현안에 대한 입장 변화를 선별적으로만 공보하는 것은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며 "국회에 반발하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는 싫고, 법안은 바꾸고 싶으니 저렇게 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중요한 국가기관으로서 국가적 중대 현안에 대한 입장이 달라졌다면 일정한 공보 원칙에 입각해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해당 입장의 정당성도 지지를 더 잘 받을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언론플레이'라는 소리만 듣고, 이 국면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검의 한 관계자는 "공수처 법안의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므로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 아니다. 급작스럽게 조항이 추가된 점을 알게 되자 문제점을 얘기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해당 사안을 취재하는 언론의 문의에 응한 것이지 선별적으로 공보를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공수처 법안에 추가된 조항을 놓고 검찰이 반대 의사를 표시한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공수처의 설치 목적이 뭔가. 여러 수사기관이 갖고 있는 고위 공직자 수사 비리의 부분을 공수처로 넘겨야 한다는 것 아닌가"라며 "억지 부리지 말라"고 비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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