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꽃풀이에 팥죽… 제주 생명꽃 피어나리

동짓날 꽃풀이에 팥죽… 제주 생명꽃 피어나리
국악연희단 하나아트 조천읍 선흘리 사찰 선래왓서 공연
우리 가락과 랩의 만남 '꽃풀이' 굿 음악 활용 가능성 탐색
  • 입력 : 2019. 12.23(월) 15:34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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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래왓 2층에서 내려다본 공연 장면. 굿 음악에 기반을 둔 '꽃풀이'가 펼쳐지고 있다. 진선희기자

거문오름 인근 불심이 깃든 공간이 제주 굿 음악이 흐르는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지난 22일 저녁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사찰 선래왓에서 국악연희단 하나아트(대표 고석철)의 음악굿 '꽃풀이'가 펼쳐졌다.

'섬을 위한 기원'이란 제목에서 짐작하듯 이번 공연은 제주 땅의 시름을 달래는 무대로 기획됐다. 제주 신화에 등장하는 서천꽃밭의 웃음꽃, 생불꽃을 불러들여 이기심으로 채워진 개발로 고통받는 섬에 생명의 꽃을 피우자는 염원을 실었다.

공연장으로 꾸민 야외 정원 입구엔 굿판에 내걸리는 종이조형물인 하이얀 기메가 설치미술처럼 놓였다. 사찰 2층에서 커다란 북이 울리며 시작된 공연은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연기력까지 갖춘 부진희가 혼을 실은 소리로 할락궁이를 청하며 막을 열었다. 박하재홍은 '세상의 꽃밭에 정의를 뿌리고 서천의 꽃밭에 치성을 드리세'라며 흥에 겨운 랩을 풀어낸 뒤 우리 가락을 품은 소리꾼과 호흡을 맞춰 선흘리를 넘어 제주가 처한 현실을 짚으며 신명의 노래를 이끌었다.

하나아트의 '꽃풀이' 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과 관객이 어울린 신명난 뒷풀이가 이어지고 있다. 진선희기자

이날 음악은 피리, 대금, 해금, 북, 장구, 신디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익숙한 악기는 물론 제주 굿에 쓰이는 연물북, 설쇠를 이용해 연주됐다. 제주 무속굿의 요소를 음악 창작에 활용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예정된 공연이 끝이 난 뒤 무대와 객석의 불은 꺼졌지만 '미래로 향하는 문'은 푸르른 빛으로 반짝였다. 야외 공간을 공연장으로 만들면서 달아놓은 문으로 맨 마지막 순서엔 출연진과 관객들이 그 문을 열어젖히고 마당으로 나가 어울림의 춤판을 벌였다.

마침 이날은 동짓날이었다. 선래왓은 방문객들을 위해 공연 전후 붉은 팥죽을 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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