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 아이 마음건강, 함께 지켜주세요 (하)

[한라포커스] 아이 마음건강, 함께 지켜주세요 (하)
대부분 부모, 자녀 자해해도 ‘깜깜’
정서문제 조기 발견과 관리 위해선 가정 역할 중요
교육청·지자체 협업 강화해 정신건강 인식 바꿔야
  • 입력 : 2019. 12.18(수)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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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고등학교 위(Wee)클래스 게시판에 학생들이 손글씨로 쓴 '토닥토닥… 괜찮아', '넌 혼자가 아니야' 등의 글이 붙어있다.

"토닥토닥… 괜찮아", "넌 혼자가 아니야", "힘들고 지칠 땐 내게 기대", "넌 소중한 사람이야".

지난 13일 한림고등학교 위(Wee)클래스에 들어서자 이런 손글씨가 반겼다. 한림고 1~3학년 학생들이 직접 쓴, 자기에게 해주고 싶고 듣고 싶은 말이란다. 힘들 땐 곁에서 이 말을 건네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지만, 그럴 데가 없는 아이들은 마음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

안세영 한림고 전문상담교사는 "성향에 따라 힘듦을 더 많이 느끼는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10대 시기에 단단한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아이가 자해를 해도 부모 대부분이 그 사실을 모르고, 알아도 '그렇게 하지 말라'고 혼내고 넘어가는 데 그친다"고 했다.

학교에서 만난 상담교사들은 가정에서의 정서 지원이 없으면 아이들의 마음 건강을 지킬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모섭 표선고 전문상담교사는 "문제를 발견하고 상담·치료를 통해 좋아진 아이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가 부모, 어느 한쪽이라도 도움을 줬다는 것"이라고 했고, 문명희 제주서중 전문상담교사도 "가정에서 정서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청소년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더 어렵기 때문에 아이와의 바른 대화를 위한 부모 교육 등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마음 건강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사회적으로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일부 학생은 자신의 문제가 알려지거나 검사 이력이 관리된다는 점에 부담감을 느껴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실제와 달리 응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사 대상도 초등학교 1·4학년, 중·고등학교 1학년으로 한정돼 있어 정서 위기 학생을 조기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재희 제주도교육청 학생건강증진추진단 장학사는 "기존 학생건강증진센터에서 올해 추진단으로 승격하면서 지원 방안을 보다 세밀하게 접근하려 하고 있다"며 "올해 처음 도내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정서위기학생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등 위기관리 시스템을 정비·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된 학생의 전문기관 연계율을 높이고 정신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선 교육청과 지자체의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관심군 학생은 교육청의 위(Wee)센터와 학생건강증진추진단, 지자체가 운영·지원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전문기관에서 심층평가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되는데, 올해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통해 2차 조치를 받은 관심군 학생은 전체(1167명)의 11%(128명) 정도였다.

제주도 관계자는 "내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아동·청소년 영역 정신건강전문요원을 1명 충원해 업무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도교육청과 논의를 거쳐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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