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 아이 마음건강, 함께 지켜주세요(상)

[한라포커스] 아이 마음건강, 함께 지켜주세요(상)
"아파도 말 못하는 아이들… 신호에 관심을"
  • 입력 : 2019. 12.17(화) 09:45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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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부담·교우 관계·가정 문제 등
학생들 겪는 정서 위기 요인 복합적
답답함 풀 데 없어 몸에 상처내기도
 

아이들의 마음 건강이 불안하다. 올 한 해 제주에서 다섯 명의 학생이 안타깝게 목숨을 끊었다. 정신적 고통의 무게를 못 이겨 자기 몸에 상처를 내는 학생도 늘고 있다. 그 원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라는 점에서 한 아이, 한 가정만의 문제로 바라볼 수 없다. 마음 아픈 아이들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스트레스 감당 못해 우울 겪기도"= 16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정서행동특성검사를 받은 도내 학생 2만6372명(초 1·4, 중1, 고 1) 중 1326명(5.0%)이 관심군이었다. 최근 3년간 매년 5% 정도의 학생이 관심군으로 분류돼 상담·치료 등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상담교사들이 만나는 학생들의 고민도 학업 부담부터 학교 부적응, 친구와의 관계, 가정 문제까지 다양하다. 김모섭 표선고 전문상담교사는 "과거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거나 심리적으로 약한 아이들은 교우 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성적 압박 등의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면 스스로 감당하지 못해 우울이 오고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음의 병은 자신의 몸에 일부러 상처를 내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학교 현장에선 최근 3년 사이 자해를 하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 자해 인증샷 올리기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어디에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상담교사들의 얘기다.

 안세영 한림고 전문상담교사는 "SNS를 통해 많이 드러나다 보니 호기심에 따라해 보는 경우도 있겠지만 비자살성 자해는 답답함에서 비롯된다"며 "가족에도, 친구에게도 자신에게 상처가 되는 얘기를 깊이 나누지 못할 때 자해를 통해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관심군 10명 중 1명, 정서 지원 사각지대=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위해선 문제를 조기 발견하고 지원하는 게 중요하지만 도내 관심군 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은 관리 밖에 남아있다. 올해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된 학생 1326명의 88%(1167명)만이 전문기관과 연계한 심층평가 등의 조치를 받았다. 2차 조치를 받은 학생의 비중은 2017년 73%, 2018년 81%로 점차 늘고 있지만 여전히 10% 웃도는 인원이 정서 지원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학부모와 학생이 지원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들이 아픈 속을 드러내지 않으면 이를 발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만큼 학교와 가정 안에서 아이들의 변화를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문명희 제주서중 전문상담교사는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힘들어도 힘들다고 얘기를 하지 않지만 갑자기 별 거 아닌 일로 친구와 싸우는 등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며 "굳이 말이 아니더라도 글, 행동 등으로 보내는 아이들의 신호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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