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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와 문학] (33)김경훈 시집 ‘강정은 4·3이다’
“섬의 고된 운명… 그래도 평화의 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12.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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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서귀포 강정마을을 출발해 제주섬을 한바퀴 돌며 평화의 바람을 나누고 있다.

‘섬의 남용’ 군사기지 설립
4·3서 얻은 교훈은 어디에
평화와 인권 유린되는 현장

그가 1993년 처음 내놓은 시집 '운동부족'의 첫머리에 바다가 있다. 그에게 바다는 늘 그대로 있으면서 깊고 넓은 사랑을 보여주는 존재이자 건강한 혈맥으로 흐르는 밑바닥 백성들의 마음 같은 거였다. '바다에서' 그는 어두울 수록 빛나는 양심을 보았다.

제주4·3을 평생의 화두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말해온 시인 김경훈. 줄곧 제주의 4월을 시로 그려온 그는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강정마을을 붙들면서 그 바다로 향한다. 거기엔 바닷물로 둘러싸인 '지체(地體)'인 제주섬의 운명이 있었다. '강정은 4·3이다'(2012)에 그 사연이 있다.

'제주4·3의 피와 살과 뼈로 기초된 대한민국에/ 이제는 강정이라는 처녀 하나 제물로 바치라 한다'란 짧은 시 '옛날과 그대로다'로 시집이 열리면 '누가 강정이 4·3 아니라고 하는가'('자존을 위하여')란 질문이 따라붙는다. '누가 감히 강정을 4·3 아니라고 말하는가// 4·3에서 평화와 인권을 배웠다는 이들이여/ 인권이 낭자히 유린되고 평화가 유혈로 깨지는데// 왜 강정은 4·3이 아니라고 하는가'.

제주섬 밖에도 강정이 있다. 2년 전, 제주학연구센터가 주관한 '세계 섬, 해양문화와 미래비전' 국제학술대회에서 소개된 사르데냐 섬이 그랬다. 1921년 영국의 작가 로렌스가 소설 '바다와 사르데냐'에서 "매혹적인 장소들과 여행하기에는 먼 거리. 아직 끝나지 않은, 아직 확고한 것이 없는, 이 땅은 자유 그 자체다"라고 묘사했던 섬이다. 영국에서 온 학자는 지금의 사르데냐가 이상적 낙원 대신에 군사주의 산업복합체와 그것의 기생물에 의해 지구상의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의 발표문 중 일부를 옮겨본다.

"섬지역의 대표적 '남용' 사례는 위험의 외주화를 목적으로 한 군사기지 설립이다. 사르데냐는 이탈리아 군사기지의 80퍼센트가 집중된 초고도화된 군사복합단지이다. 오랜 기간 '비밀주의 원칙'에 의해 알려지지 않았지만 군사시설과 오염물질의 저장고인 사르데냐의 모습은 생태유토피아 섬의 또 다른 현실이다."

'섬, 공통점'을 통해 논문 대신 문학으로 섬이 처한 이같은 현실을 짚었던 시인은 '국가폭력에 의해 자행된 공동체 파괴와 강요된 희생'('공권력')이 강정이 4·3인 이유라고 시로 새긴다. 그래도 '다른 점 하나' 있다. '어디로든 길이 막혀 온통 절망과 죽음뿐이던/ 그 4·3과 달리/ 강정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평화를 춤춘다'. 일찍이 '다시 바다에서' 긍정의 기운을 읽었던 시인이다. 첫 시집에 실린 그 시엔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를 안고서도/ 한시도 아파하거나/ 멈추지 않는다'는 구절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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