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의 문화광장] 거부된 작품들

[김연주의 문화광장] 거부된 작품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 입력 : 2019. 12.10(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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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를 공부하다 보면 현재 명화로 불리는 작품 가운데 의외로 많은 작품이 사람들에게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알게 된다. 비평가나 관람객에게 비난받았던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작품의 선정성을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 '풀밭 위의 점심'과 '올랭피아'는 발표 당시 음란하다며 사람들에게 심한 공격을 받았다. 신화 속 여신을 이상화해 아름다운 누드화로 그리던 시절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성의 나체가 담긴 화폭은 관람객에게 전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고, 심지어 외설스럽게 보였다. 그러나 두 작품은 현재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미술관에 각각 소장돼 있다.

오귀스트 로댕의 '발자크' 기념상은 프랑스 문학협회의 의뢰로 제작됐지만, 문학협회가 작품 인수를 거부했다. 로댕은 4년 동안 그의 편지, 작품, 초상화 등을 연구해 기념상을 만들었지만, 로댕은 발자크를 천을 두른 모습에 얼굴을 발자크라고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분명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협회 사람들은 협회 창시자인 오노레 드 발자크를 당시 제작되던 기념상들처럼 전형화한 형식을 갖춘 위대한 모습으로 재현한 기념상을 원했다. 기대와 전혀 다른 모습의 작품은 협회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비평가에게도 강하게 비난을 받았다. 로댕이 제작비를 돌려주고 받아온 이 작품이 청동으로 제작되어 파리 시내에 놓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치나 사회 비판의 성격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한스 하케는 마네의 작품 '아스파라거스 다발'이 소장돼온 경로를 추적한 작품 '마네 프로젝트'를 제작했다. 열 개의 패널로 된 이 작품은 '아스파라거스 다발'의 모두 유대인이었던 소장자들의 이력을 상세히 기술했다. 이 작품은 발라프-리하르츠 미술관의 150주년 개관기념전 '프로젝트 74'에 출품하려고 했으나, 큐레이터에게 동의를 얻은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관 경영진에 의해 거부당했다. '아스파라거스 다발'을 발라프-리하르츠 미술관 기증한 미술관 후원회의 회장이자, 전 작품 소장자인 헤르만 압스가 나치에 협력했던 사실이 드러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 작품은 파울 마엔츠 갤러리에서 전시됐다.

작품이 비난받고 거부당한 사례는 알려진 것도 많지만, 은폐된 경우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어났으며,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수많은 작품이 정부에 의해 검열되거나 대중에게 외면당했다. 군사정권 시절 신학철의 '모내기'가 압수됐듯, 최근에도 미술관에서는 작품들이 내려지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4·3 미술이 탄압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한 작가의 작품이 분명한 이유도 모른 채 전시 개막식에서 가려지는 일이 있었다. 예술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논쟁의 가운데 서게 될 것이며, 때로는 찢기고, 불태워지고, 짓밟힐 것이다. 우리에게는 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지금 비난받고 거부되는 이 작품들이 후대에는 사랑받고 인정받을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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