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의 특별기고] 발명도 꿰어야 보배다

[이한영의 특별기고] 발명도 꿰어야 보배다
  • 입력 : 2019. 12.09(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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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내 특허 출원건수는 20만9992건으로 G20 국가중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4번째로 많으며, 이 건수를 실제 국내총생산 대비, 인구수 대비 출원건수로 환산해 보면 부동의 세계 1위이다.

발명은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한 요소로서 아직까지 없던 기술이나 새로운 물건을 생각해 만들어 내는 행위를 뜻하며, 오늘날의 발명은 특허제도라는 법체계 속에서 그 소유와 권리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보호되고 있다.

특허 출원후 등록을 위한 기본적인 평가 항목으로는,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인지 고도의 창의적 기술이 반영된 것인지 그리고 특히 산업적 이용 가능성이 높은지를 심사한다. 하지만 Invention(발명)의 어원인 라틴어 Inventio(생각이 떠오르다)에서도 보듯이 발명은 생각의 차원이며, 이 생각이 현실에서 사업화 되는데에는 또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한 조사에 의하면 아쉽게도 우리나라 특허 사업화률은 7%에 그친다고 한다. 과거 미국의 경우도, 1970년대에는 특허기술 사업화률이 5%에 지나지 않던 것이 1980년 '바이돌 법'을 제정해 정부가 나서서 개발된 특허기술 활용을 독려하자, 1990년대에는 특허기술의 사업화률이 20%로 급증했다고 한다. 이는 발명의 사업화에 국가 정책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필자도 청정 제주의 물인 삼다수가 경쟁제품의 가격 경쟁에 밀려 점점 시장 점유률이 낮아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프랑스의 에비앙 생수처럼 스토리텔링을 통해 단순히 깨끗한 제주물이 아닌 부가가치를 높인 상품으로 개발하면 어떨까 고심하던 중 삼다수 물을 활용한 물티슈 개발을 하려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물티슈의 특성상 수분 함유률이 높아 쉽게 부패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첨가물이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시행착오 끝에 물티슈에서 물을 분리 진공포장해 아무런 첨가물 없이 근본적으로 부패의 원인을 차단한 제품을 발명 특허등록까지 마쳤다.

하지만 일개 중소기업이 기천만원이 들어가는 발명의 시제품을 만들기란 어지간한 경영인의 담력과 발명에 대한 확신이 없이는 힘들다. 때마침 제주상공회의소 지식재산센터의 우수특허시제품지원사업을 알게 되었고, 지원을 받아 감사하게도 사장될뻔한 당사의 특허가 시제품으로 개발됐다. 막상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현실화하니 이론상으로는 발견하지 못한 미흡한 점을 찾을 수 있었고 개선점을 연구해 보완하게 됐다.

이론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이론인 특허가 현실인 사업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시제품(prototype)이라는 단계를 거쳐 설계의 오류와 구현 가능성 그리고 성능을 평가해야 하며 실사용자 입장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흡한 점의 보완과 점검이 되어야 비로소 안전한 사업화의 첫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된다.

앞으로도 도의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적 배려를 통해 도내 많은 발명이 장롱특허로 전락하지 않고 사업화를 통해 꿰어져 보배로 빛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이한영 (주)숨비 대표이사·발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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