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중훈 시집… 반짝이는 모든 게 별이 아니라면

제주 강중훈 시집… 반짝이는 모든 게 별이 아니라면
일곱번째 시집 '동굴에서 만난 사람' 펴내
출간 기념 11월 29일 오조리서 문학콘서트
  • 입력 : 2019. 11.26(화) 18:18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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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조리 시인이다. '오조리, 오조리, 땀꽃마을 오조리야'란 시집의 영향이 크다. 제주4·3이 이 땅에 드리운 고통을 시편에 담아온 강중훈 시인이다.

일곱 번째 시집 '동굴에서 만난 사람'(현대시)에도 그 상처가 남아있다. 그 시절을 건너왔거나 비극에 얽힌 가족사가 있는 제주섬의 숱한 이들처럼 시인은 바다에서, 오름에서 절규를 듣는다.

'혹여 잊었다면 그대여, 울먹울먹한 저 앞바르터진목 파도소리 귀 기울여보렴. 그 바위틈에 물숨 먹은 우리 어멍, 우리 누이의 숨비질 소리라도 들어보렴! 아니면 광치기 모래밭에 모질게 뿌리내려 피 토하듯 피어난 숨비기꽃 구슬픈 사연이라도 들어보는 건 어떻겠나!'('소년에게' 중에서)

앞바르터진목은 그가 사는 곳과 가까운 성산일출봉 해안 모래밭을 일컫는 지명이다. 4·3 당시 그곳에서 400명 넘는 사람들이 집단학살됐다. 그 슬픔을 삭이고 삭여 시로 빚어온 시인은 그 처참한 사연이 잊힐까, 비틀어질까 저어하며 소년을 부른다.

시집 곳곳에 얼굴을 내미는 동굴과 별은 의미롭다. '이 세상 반짝이는 모든 것이 다 별은 아니다'( '동굴 6')는 경구 같은 시어는 뒤이은 '진실게임'에서 또 한번 반복된다. 지금, 여기를 진실과 거짓이 마구 뒤엉킨 곳이라고 보는 것일까.

시집 맨 앞을 채운 '무적(霧笛)'부터 그런 기운이 읽힌다. 시의 한 대목을 옮긴다. '보이지 않다가도 보이고 보이다가도 보이지 않은 그게 섬인 거라, 그게 바다인 거라, 그게 사랑인 거라, 떠나려 해도 떠나지 못하는 이별인 거라, 고독인 거라, 아픔인 거라, 그게 당신과 나인 거라.' 오늘날 제주가 뜨거운 개발 현안으로 반목하는 시기에 시인은 '우상(偶像)'이 연상되는 동굴을 표제로 내걸며 그에 답한 듯 보인다.

시집 출간을 기념해 이달 29일 오후 4시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해뜨는 집'에서 문학콘서트를 연다. 김순이 시인이 좌장을 맡고 오승철 시인과 변종태 시인이 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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