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가 이슈&현장] 제주지역 공공 레지던시

[제주문화가 이슈&현장] 제주지역 공공 레지던시
시각예술 무상 창작실 운영 갈수록 축소
  • 입력 : 2019. 11.26(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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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 레지던시 방향 틀고
이중섭스튜디오 입주 줄여

지역성 주제 비엔날레에도
레지던시 활용 기반은 취약

예술가들에게 일정한 공간을 제공해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제주에서도 공립미술관과 공공 문화공간을 중심으로 레지던시 시설이 조성돼 시각예술가들에게 창작실을 무상 지원했지만 최근 사업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술공간 이아의 레지던시가 생활문화예술 분야로 방향을 틀었고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는 내년 입주작가를 종전의 절반 가량인 3명만 뽑는다.

▶서귀포문화원 임시 사무실 활용=공적 영역에서 레지던시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제주도립 이중섭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정도다. 작업실 7실을 갖춘 이중섭미술관은 2009년 제1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76명이 거쳐갔다. 제주현대미술관도 미술관 인근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를 매년 1~2명 선발해왔다.

시각예술 분야 레지던시 사업은 창작자들이 1년~6개월 안팎 기간에 안정적인 작업 공간을 확보하고 작가 교류, 전문가 컨설팅, 결과 보고전 등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주 경쟁률이 높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오픈 스튜디오,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 지역에 끼치는 영향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레지던시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공감대가 약한 탓인지 갈수록 축소되는 모양새다. 유휴공간인 옛 제주대병원에 들어선 이아는 국내외 시각예술가를 모집했지만 올해 들어 '생활문화예술 분야 전 장르'로 대상을 바꿨다. 사실상 시각예술 레지던시 사업이 중단된 셈이다.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3층은 내년 서귀포시민회관 철거로 이사해야 하는 서귀포문화원의 임시 사무실로 내주면서 입주 모집 인원이 줄었다.

▶"레지던시 못지키며 웬 문화예술섬"=내년 두번째 행사를 여는 제주비엔날레. 지역성을 담은 주제를 내걸었고 작품 운송 등 물류비 부담이 높아 레지던시를 활용한 국내외 참여 작가 작업이 유용하지만 현재로선 관련 시설이 마땅치 않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운영을 맡을 옛 산양초등학교 창작센터가 이아의 역할을 이을 것으로 보이지만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문을 연다.

얼마 전 제주도 문화예술섬 전략 공개 토론회에서 도내 미술 기획자는 "이아와 같은 레지던시 시설 하나 지속하지 못하면서 제주도가 무슨 문화예술섬을 말하느냐"고 꼬집었다. 레지던시가 활발하면 제주 작가들도 창작 경험을 넓히고 해외 교류를 꾀할 수 있다. 공공 레지던시가 강화될 때 민간 영역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늘어난다.

십수억 지방비를 들여 비엔날레로 이름붙인 국제전을 치르면서 내실있게 레지던시 사업을 가꾸지 못하는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초예술이 튼튼해야 생활문화예술이라는 저변도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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