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으로 밀려든 제주바다가 살렸다

공연장으로 밀려든 제주바다가 살렸다
제주도립무용단 '이여도사나' 라이브 음악 등 효과
오케스트라 피트 물 채워 생명 치유의 메시지 나눠
  • 입력 : 2019. 11.24(일) 18:0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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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도사나' 공연 포스터 일부.

막이 열리자 제주 밤바다 집어등처럼 라이브 연주단 보면대 불빛이 반짝거렸다. 그 작은 불빛이 2060년에 살고 있는 인류의 이마에 달린 등이 된 듯 하며 공연이 시작됐다. 지난 22일 저녁 문예회관 대극장. 제주도립무용단 기획공연 '이여도사나'가 통제사회인 불라국을 배경으로 1시간 여 숨가쁘게 달렸다.

김혜림 상임안무자가 안무하고 경민선 작가가 대본을 쓴 '이여도사나'는 제주에 민요 등으로 전승되는 전설의 섬 이여도, 제주 무속신화에서 생불할망이나 불도할망으로 불리며 인간 세상에 아기를 잉태하고 돌보는 일을 맡는 삼승할망, 십수 미터 깊은 물속까지 헤엄쳐 들어가 해산물을 캐내 가족을 먹여살려온 제주 해녀를 '버무려'낸 작품이었다. 삼승할망과 해녀를 결합한 '삼승해녀'를 주인공으로 이여도와 같은 새로운 '섬'을 꿈꾸는 인류의 모습을 그렸다.

관객을 사로잡은 건 공연장 안까지 밀려든 '제주 바다'였다. 제주의 토속적 정서를 붙잡은 음악을 생생히 펼쳐낸 잠비나이 밴드를 무대 뒷편 상단에 앉힌 대신 객석과 가까운 오케스트라 피트 자리에 물을 채워 올렸다. 물은 생명수이면서 제주섬의 존재를 일깨우는 바다가 되어 출렁였다. 그 바다는 수 백, 수 천년의 세월을 따라 흘러온 과거 신화와 이여도 전설이 수십년 뒤 어느 날과 어색하지 않게 만나도록 이끌며 치유의 메시지를 드러냈다.

미래 '불라국'의 설정은 전통 문화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춤 동작, 의상, 이미지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용단은 최신 기술을 이용한 화려한 무대를 빚으며 볼거리를 안겼다. 하지만 일부 장면에서 좌우를 바꾼 공연 모습을 동시에 벽면에 비추는 대목은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새날을 예고하는 등불로, 새 생명으로 상징된 테왁의 빛깔은 현실과 동떨어져 보였다.

도내 한 무용인은 삼승할망과 해녀의 조합, 라이브 음악, 테크닉 등 새로운 시도를 호평했다. 다만 주역인 삼승을 젊은 신으로 설정한 점은 좋았으나 시종 육감적으로 표현되면서 더러 극의 몰입을 방해했다는 감상평을 전했다. 집 모양 오브제를 난개발과 연계해 안무했다면 지금 제주를 돌아볼 수 있는 무대로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는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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