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만든 차 한잔으로 제주비엔날레 시동

그대와 만든 차 한잔으로 제주비엔날레 시동
구민자 작가 '티 퍼포먼스' 사전행사로 관객과 만남
  • 입력 : 2019. 11.24(일) 17:53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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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자 작가가 제주에서 난 식재료 등을 골라 찻주전자에 담고 있다. 진선희기자

하이얀 천 위 햇볕에 몸을 말린 색색의 식재료들이 그림처럼 놓였다. 따뜻한 차(茶)로 다시 태어날 그들이었다. 200개 가까운 그것들 중엔 제주의 밭과 바다에서 건져올린 재료도 보였다. 양파, 당근, 양배추, 감귤, 다시마, 톳, 미역 등이 올라왔다.

구민자 작가가 맨 먼저 몇몇 재료를 택해 직접 디자인한 커다란 찻주전자에 담아 우려냈다. 사방으로 구멍이 난 다구에서 흘러내린 차의 첫 맛은 짠내음이 강했다. 다음은 관람객들이 고른 것들로 차를 냈다. 세 번째도 방문객이 선택한 재료들로 차를 빚었다. 세상 어디에도 똑같은 게 없을 한 잔의 차를 만드는 동안 관람객들은 어느 순간 창작자가 되었다. 예술로 가는 길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지난 22일 제주도립미술관 로비. 2020제주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구민자씨의 '티 퍼포먼스: 토킹 티'가 펼쳐졌다. 내년 5월 말 개막 제주비엔날레 주제(본보 11월 19일자 8면)와 잇닿은 제주신화를 다룬 21일 발표와 토론에 이은 두번째 사전 행사로 차를 마시며 제주도민들과 비엔날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기획됐다.

하얀 천 위에 설치 작업처럼 놓여진 갖가지 식재료들.

이날 '티 퍼포먼스'는 있었지만 '토킹'은 없었다. 신당 기행 등이 예정되었던 참여 작가, 주최 측인 도립미술관 직원 등 행사 관계자들이 다수였다. 그래서 김인선 예술감독이 비엔날레에 대한 관객 대화를 시도했으나 메아리가 없었다.

격년제 국제전시임에도 3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비엔날레이지만 그만한 준비 기간을 번 것 같지는 않다.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정주 도립미술관장은 비엔날레를 전담해온 학예사가 최근 공석이 된 점 등을 알리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2020제주비엔날레 사전준비 용역 업체는 회계연도 때문에 연말로 계약이 끝난다. 도립미술관은 조만간 공모 절차를 밟아 내년에 활동할 용역업체를 새로 뽑을 예정이다. 예술감독 역시 새로운 업체와 다시 계약을 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2020제주비엔날레 홈페이지(jejubiennale.org)마저 접근성이 낮다. 대형 포털에서 제주비엔날레를 검색하면 2017년 비엔날레 홈페이지가 안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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