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진의 한라시론]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양용진의 한라시론]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 입력 : 2019. 11.21(목)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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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유네스코(UNESCO)의 '글로벌 국제보호지역 연구·훈련센터'가 제주에 설립 된다.

지난 11월 1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본부에서 열린 제40차 유네스코총회에서 '글로벌 국제보호지역 연구·훈련센터'의 제주도 유치 설립이 승인됐다고 공식 발표됐다.

지난 2009년 11월, 세계자연보전총회 제주유치 확정을 계기로 제주도는 '세계환경수도 제주'를 선언하고 환경부와 함께 '국제보호지역 관리 허브로서의 제주도'와 '자연환경분야의 선도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을 목표로 2012년부터 센터 설립을 추진해 왔고 마침내 그 결실을 맺게 됐다.

유네스코 자연분야 3대 타이틀을 모두 획득한 자연환경의 보고라는 제주의 이미지에 걸맞은 국제기구 유치는 제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낭보에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환경수도 제주'를 선언한 이후 제주의 상황은 과연 어떠했는가? 환경수도라고 선언할 만 한 그 어떤 노력이 진행되어 왔는가? 오히려 지난 10여 년 간 제주는 그 이전 수세기보다 더 많은 환경 파괴가 이루어진 섬이었다.

경제적 이득만을 위해 무분별하게 파헤쳐지고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더구나 그러한 난개발의 배경에는 철저하게 개발론자들의 편에 선 도백과 지방정부와 토호세력이 두텁게 형성돼 있었고 그러한 상황은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제주 최대의 가치가 환경이고 그렇게 그 환경에 기대어 독특한 생활 문화를 형성해 왔으며 거기서 기인한 관광산업을 통해서 먹고 살아 왔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위함이라는 도지사의 고집보다 자연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기존 시설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자는 제2공항 반대대책위의 의견이 더 합리적으로 들린다.

기업소유의 부동산 가치 상승을 위해 어떻게든 중산간지역에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동물테마파크보다 제주의 숲인 곶자왈을 보호하고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겠다고 말하는 선흘리 주민들의 목소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최남단의 아름다운 절벽해안을 파헤쳐서 대규모 관광타운을 짓겠다는 중국계 부동산 회사의 사탕발림보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말없이 묵묵하게 농사를 지으며 고향의 자연환경을 지키겠다는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 주민들의 반대 투쟁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적어도 국제기구인 '글로벌 국제보호지역 연구·훈련센터'를 유치하고 유네스코 자연환경 3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제주도가 '세계환경수도'를 지향한다면 말 뿐이 아닌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줄 것을 제주 사회 전체의 우리 모두에게 간절히 기원한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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